'장미 대선'을 앞두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봇물을 이루면서 포퓰리즘 논란을 낳고 있다.내수 활성화와 골목 상권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만 22개나 된다. 유통 산업 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백화점, 할인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새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외에 백화점과 면세점, 복합쇼핑몰도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월 2회 시행되는 의무 휴업 횟수도 최대 월 4회, 매주 일요일로 확대된다. 연중무휴인 면세점과 편의점도 밤 12시 이후 심야영업을 할 수 없다.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개정안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선례를 보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같은 목적으로 2012년 3월 현재의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됐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영업시간 규제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21% 줄었고, 덩달아 중소상인 매출도 감소했다. 법이 의도한 것과 달리 대형마트의 휴업이 중소상인과 재래시장 매출 증대에 도움이 안 된 것이다.
이런 참에 기존보다 더 강화된 법안이 우후죽순 쏟아져 걱정이다. 규제가 모두 통과되면 유통업체 신규 출점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신규 출점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사라진다. 대형 유통업체 매장 안에서 영업하고 있는 중소상인과 납품업체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개정안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정안의 89%(19건)가 대형마트 신규 출점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기존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유통업계는 나라 안팎으로 수난을 받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 내수 활성화가 시급한데 사드 배치로 중국의 보복 조치까지 겹쳤다. 빈대 잡는답시고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된다. 현실과 괴리된 법 개정으로 유통업계의 발전을 막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발의한 개정안을 모두 통과시키면 유통 산업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를 정치권은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