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사 볼까?

[기자수첩]전기차 사 볼까?

차를 바꿀 때가 됐다. 최근 1년 새 네 번이나 고장 났다. 요즘 전기자동차는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달린다니 관심이 갔다. 마침 지인이 업무용 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연료비가 50만원에서 6만~7만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직업병이 도졌다. 탈 만 한지 취재부터 했다.

먼저 내 조건을 따졌다. 차량 값이 비싸면 안 된다. 시내 주행이 절대적으로 많다. 집 근처에 충전 시설이 부족하다.

취재 결과 일부 고가 차량을 빼면 차량 값은 보조금으로 해결된다. 대부분 시내 주행이어서 1회 충전 거리는 큰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충전 시설과 시간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과 완속으로 나뉜다. 급속은 정격 용량 50㎾h, 완속은 7.7㎾h다. 급속은 1시간에 50㎾, 완속은 7.7㎾를 각각 충전한다는 의미다. 속도에서 6~7배 차이가 난다.

언뜻 보면 급속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대용량이어서 아무데나 설치하기 어렵고, 비싸다. 충전기 용량이 17가구가 한 번에 전기를 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경제성도 떨어진다. 기본료 유예기간 3년이 지나면 충전 사업자가 매달 20만원을 내야 한다. 주유소와 달리 충전 시간은 최소 15분이 넘는데 요금은 몇 천원 수준이다. 정부가 아니면 선뜻 나서기 어렵다.

결국 완속 충전기만 사용한다고 가정해야 한다. 충전 속도가 느리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서울에만 개방형 충전소가 182곳이다. 배터리가 부족할 때는 가까운 마트에 들러서 충전하면 된다. 30분 만에 약 3.8㎾를 충전한다. 차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19㎞ 이상 달린다. 서울 시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굳이 비싸고 멀리 가는 전기차를 따지지 않아도 된다. 단거리 도심 주행이 많고 차량 유지비가 부담된다면 강력 추천한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