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13>매력 자본을 구축하라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13>매력 자본을 구축하라

런던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캐서린 하킴. '아름다움이 자본력'이라는 '매력 자본' 개념을 만들어 냈다. 개인의 매력이 사회적 지위와 재화를 만드는 능력이라는 개념이다. 매력 자본은 취업을 위해 성형외과 문을 두드리는 현대인의 행동을 풀어낸다.

매력은 얼굴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음성, 톤, 복장, 머리 스타일, 눈빛 등 외형적 매력도 있지만 그 사람이 갖는 깊이, 인심, 마음, 성품, 인성, 유머감각, 대화 기술, 통찰력 등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요즘 입사시험에서는 얼굴 등 외모보다 지원자 내면에서 풍기는 매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만나면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이 우리 시대가 원하는 '매력남'이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13>매력 자본을 구축하라

하킴도 그랬다. 그가 말하는 매력 자본은 '예쁘고 잘생긴 외모'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언어·비언어적 요소를 포함한 세련된 말투, 패션 감각, 절제된 행동, 상황에 맞는 유머, 아름다운 미소 등 후천적으로 개발한 기술 등을 매력 자본에 포함시켰다.

이탈리아 중년인 알레산드로 스쿠아르치는 모델도 디자이너도 아닌 의류 브랜드와 편집숍을 운영하는 옷가게 사장이다. 그가 매일 자신이 입은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팔로어 수가 10만명을 넘었다. 여러 나라 패션 잡지에 지구상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중년 남성으로 소개됐다. 중년 남자 패션 감각에 홀릭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그는 자기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패션 감각을 매력 자본으로 활용한 것이다.

오래 전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여성이 선호하는 남성'의 조건을 설문 조사했다. 1위 조건은 유머 있는 남자였다. 기사를 읽는 도중에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학 친구 B다. 키가 170㎝도 안 되는 작은 키에 허름한 야상 점퍼 입기를 즐겼고, 입에는 항상 담배가 물려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에 스스로 '염세적'이던 그는 잘생긴 얼굴과 거리가 먼 외모였다. 게을렀다. 학교에도 자주 결석했건만 그는 '호위무사' 여학생들로 언제나 둘러싸여 있었다. 심지어 그에게 사랑 고백을 한 여학생도 몇 명 있었다. 그는 여학생에게 친절하고 상냥했으며, 긍정적인 언어로 상대를 칭찬하는 재치 만점의 유머 넘치는 남자였다. 그는 외국 여성과 결혼해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의 유머가 외국 부인에게도 매력 자본으로 어필된 모양이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다. 성격도 까다롭다. 젊을 때 몸매는 살이 쪄서 그리 좋지 않았다. 잡스의 매력 자본은 강력한 카리스마, 독특한 패션, 이목을 집중시키는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그를 키운 것은 8할이 시련이었고, '깡'이었다.

우리는 '외모가 경쟁력이 아니다'라고 쉽게 단언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성형외과가 넘쳐 나고, 연예인들은 자신의 성형을 당당하게 밝힌다. 기업도 면접에서 실력을 평가하지만 사람의 호감도도 평가한다. 첫인상으로 사람의 잠재력과 됨됨이를 전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모에서 오는 호감도를 무시할 수 없다. 그게 현실이기도 하니까.

온라인 세상에서 자신의 매력을 무기로 돈을 버는 젊은이가 넘쳐 난다. 운동으로 가꾼 몸매를 드러내고, 자신이 모델이 돼 옷 잘 입는 방법과 화장 잘하는 방법 등을 자랑한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했다. 이왕이면 외모가 세련된 사람을 선호하는 속성은 인간의 이기심이 아니라 본심이다. 외면과 내면은 가꿀수록 아름다워진다. 오늘부터 나만의 매력 자본을 만들자.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