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 온 1.4㎚ 두께의 강유전체 초박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강유전체 물질을 활용해 실리콘 소자보다 높은 성능의 메모리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IBS)은 강상관계 물질연구단(단장 노태원)이 부경대 연구팀과 함께 강유전체 물질인 티탄산바륨(BaTiO₃)으로 초박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강유전체 물질은 외부 전기 자극 없이도 항상 양·음전하를 띠는 물질이다. 이런 강유전성을 0, 1 신호로 활용하면 높은 성능의 메모리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 실리콘 기반 메모리는 전류를 흘려 전자 신호를 부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전력과 반응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유전체를 얇은 두께로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강유전체는 130㎚ 이하 두께에서만 뚜렷한 강유전성을 보였다.
IBS는 강유전체 표면층이 어떤 원자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티탄산바륨은 티타늄 층이 표면을 형성할 때 강유전성이 더 커진다. 강유전체가 두꺼울 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층이 동시에 표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재가 얇아져 층수가 줄어들면 표면 원자구조의 영향력이 커진다.
연구팀은 박막 형성과정에서 산소 분압을 조절, 티타늄 층이 표면을 형성하도록 조절했다. 산소량이 적을수록 티타늄 층이 표면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았다. 전극 물질(루테늄산 스트론튬)을 결합할 때에도 티타늄 결합물이 표면을 형성하게 했다.
연구팀은 1.4㎚ 두께 강유전체 박막으로 새로운 메모리 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께가 얇아지면 '전자 투과(터널링) 현상'이 일어나 '파괴적 읽기'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기존 강유전체 메모리는 정보를 읽을 때 분극 방향이 바뀌면서 정보를 잃는다. 터널링 현상이 발생하면 분극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정보 손실도 없어진다.
신영재 연구원은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초박막 형태 강유전체 구현에 성공했다”면서 “기존 실리콘소재 메모리를 대체하는 강유전체 메모리 구현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