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과 노인층 사이에 정보 격차가 큽니다. 이 격차를 줄이고 노인층에게 인터넷 세상을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1일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는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소개했다.
와카미야 마사코씨는 올해 81세로 고령자다. 그가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주목받은 이유는 고령의 나이에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 개발자기 때문이다.
마사코씨가 앱을 개발하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맥 PC를 구입하고 앱 개발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Swift)'를 독학했다. PC가 고장나 한 달가량 아무 작업도 못하게 된 순간에도 앱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300㎞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개발자 지인과 스카이프와 페이스북 메신저로 도움을 받았다. 앱을 만들었지만 앱스토어 등록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앱 등록 신청 서류는 모두 영어였다. 구글 번역기를 활용했다. 마침내 2월 24일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했다.
마사코씨가 게임 앱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마사코씨처럼 노인을 위한 게임 앱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게임 앱 대부분이 젊은이에게 맞춰져 있어 손 동작이 느린 노인에게는 어려워요. 노인용 게임 앱을 만들어 달라고 얘기해봤지만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어요. 그래서 직접 노인을 위한 앱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죠”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게임 앱 '히나단(hinadan)'은 일본 전통축제 '히나마쓰리'에서 착안했다. 일본 고유의상을 입은 인형을 각자 위치에 배열하면 된다. 게임에 이기려면 기본적으로 전통 의상과 배열지식이 필요하다. 전통의상에 익숙한 노인에게 유리한 게임이다. 젊은층은 게임으로 전통을 배운다. 마사코씨는 “게임 개발 후 할머니와 딸, 그리고 손녀 3대가 함께 즐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마사코씨가 80세에 처음 컴퓨터를 접한 건 아니다. 20년 전인 60대에 어머니 간병 때문에 40년간 근무한 은행을 퇴직했다. 집안에만 머무르다보니 친구를 만나기 어려웠다. PC를 구입해 노인층 대상 '멜로우 클럽' 사이트를 만들며 인터넷과 정보기술(IT) 세계에 눈을 떴다. 이후 노인 대상 컴퓨터 교육 교재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최근 3D프린팅까지 섭렵하며 자타공인 노인층 대상 IT전도사가 됐다.
마사코씨는 81세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한다. 멜로우 클럽 사이트 부회장, 브로드 밴드 스쿨(시니어 대상 IT교육 지원 재단) 이사, 노인층 대상 재택 컴퓨터 교실(70대 후반∼80대 대상 IT신기술 교육) 운영, 아파트관리조합 이사까지 맡은 직책이 많다. “너무 바빠서 건강을 챙길 틈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최근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 '책임감'을 느낀다.
마사코씨는 “81세 할머니가 앱을 개발했다는 것에 이렇게 많은 사람과 언론이 주목할지 몰랐다. 그만큼 노년층이 IT와 컴퓨터에 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년층과 젊은층 간 IT 격차가 크다. 이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사코씨는 이날 커넥트재단이 주최한 '소프트웨어교육페스티벌 2017' 연사로 방한했다. 강연이 끝난 후 주변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사인과 기념촬영을 제안했다. 그는 처음 만나는 이들과도 기꺼이 어울려 사진 촬영하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왕성했고, 정해진 일을 하기 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적성이 풀렸다”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장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창조하는 것이 인간다움이고 나 다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서 지금 제일 행복하고 21세기를 만끽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