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4차 산업혁명으로 활로 찾자] AR·VR "무궁무진한 활용성 주목해야"

[신산업, 4차 산업혁명으로 활로 찾자] AR·VR "무궁무진한 활용성 주목해야"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다. 지난해 포켓몬고가 불러온 AR 열기와 VR방을 중심으로 한 VR 확산은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엄청난 파장과 달리 우리나라 AR·VR산업은 세계적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VR 분야에서는 삼성 '기어VR'가 완제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는 우리 기업은 전무할 정도다. 게다가 삼성 기어VR는 오큘러스와 합작으로 만든 제품으로 온전히 삼성 제품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 사이 오큘러스, 바이브, 소니 등 글로벌 경쟁사는 동작 인식 등 체감도가 향상된 디바이스를 출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글로벌 플랫폼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VR 콘텐츠도 우리나라 제작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산업 생태계가 취약하다. 우리나라 VR 콘텐츠 기업은 약 200개사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 중 VR엔진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없다. 인프라, 인력 등 지원 기반도 취약하다. 지난해 3월 기준 VR콘텐츠 출시 규모를 비교해 보면 미국은 1686개였지만 한국은 231개로 7분의 1에 불과하다.

임태완 쓰리디팩토리 대표는 “VR기기는 미국, 일본, 대만에서 나온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제품이 VR방을 중심으로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경쟁력도 취약한 수준이다”라면서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외국 기업과 같이 하드웨어(HW) 분야에서 경쟁하기보다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고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갖춘 콘텐츠를 만드는 쪽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AR 분야는 VR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 대형 게임업체를 비롯한 기업이 누구 하나 뛰어들지 않고 있다. 포켓몬고 같은 사례는 포켓몬스터라는 메가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게다가 포켓몬고와 같은 메가히트작이 모든 AR게임 비교 대상이 되면서 게임사는 섣불리 AR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려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포켓몬고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수집하는 게임 요소, 과금 방식 등 완성도 높은 AR 게임을 보여 줬다”면서 “사용자는 AR게임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포켓몬고를 비교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대형 게임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AR를 적용한 게임 분야에 뛰어들려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VR·AR 산업은 취약한 수준이지만 반드시 발전시켜야 할 분야라고 조언한다. 이들 산업은 게임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다면상영, 교육, 영화, 케이팝, 관광 등 무궁무진한 영역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모의수술 시스템, 가상 마켓플레이스, 국가 자격증 시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SW와 HW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VR·AR는 현재 게임분야에 많이 집중돼 있지만 교육을 중심으로 관광, 의료 등 다양한 곳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후발주자로 기존에 있는 것을 답습해 따라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찾는 개척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AR·VR 하드웨어 기기 출하량과 성장률 (단위:백만개), 자료:IDC>


세계 AR·VR 하드웨어 기기 출하량과 성장률 (단위:백만개), 자료:IDC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