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학교 소프트웨어(SW) 의무교육이 실시된다. 내년 입학하는 중학교 1학년부터 SW교육을 포함한 정보과목을 필수로 듣는다. 의무 수업 시행을 앞두고 중학교 현장에서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와 공동으로 전국 중학교 정보교과 교사 78명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SW교육 의무화 준비 상황을 설문조사했다. 서울, 경기, 경남, 제주 등 전국 주요 중학교 교사가 설문에 참여했다. 정보교과 교사들은 수업시간 부족과 열악한 교육 환경 등을 우려했다.
◇3년간 34시간, 턱없이 부족하다
중학교 응답 교사 가운데(77명) 87%는 3년간 34시간 이상 수업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평했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은 최소 34시간의 두 배(69∼102시간) 이상 수업시간을 확보해야한다고 내다봤다. 응답자 가운데 16%는 103시간(학년당 30시간 이상) 이상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과정 상에서 최소 68시간 이상으로 수정해야한다”면서 “34시간으로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월 국회 한 SW교육 토론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34시간 '이상'으로 했기 때문에 학교마다 학교장 재량으로 충분히 많은 시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장은 교육부 예상과 달랐다. 설문조사 응답학교(75개) 가운데 37.3%가 3년간 '34시간'을 정보교과 시간으로 배정한다고 답했다. 정부 예상처럼 34시간 이상(35∼68시간) 확보한다고 예상한 학교는 절반(54%)에 불과했다. 68시간 이상 예상한 학교는 두 곳밖에 없었다.
한 지방 중학교 정보교과 담당교사는 “이미 선택과목으로 68시간을 수업하고 있었다. 내년부터 필수과목이 되면서 정부 방침에 따라 34시간으로 줄어들었다”면서 “학교에도 이야기하고 지역 교육청에 항의도 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평가체계 마련, 교육환경 개선 동반돼야
정보교과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학생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응답자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제대로 된 학생 평가체계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평가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 '적은 수업 시수' 문제를 지적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이 3년에 34시간이면, 1년에 10시간, 한 학기에 5시간밖에 안 된다”면서 “배운 내용이 적은데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겠냐”고 말했다.
학생 인원 대비 정보담당 교사가 부족한 점도 원인이다. 설문에 참여한 학교 가운데 86%가량이 정보담당 교사 한 명이 전교생을 교육했다. 학교당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1500명가량 학생을 교사 한 명이 교육한다. 한 교사는 “수업 준비하고 교육하는 시간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평가체계를 만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정보교육 평가에 대한 연수와 정보 공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활한 수업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응답자 가운데 32%만이 'SW교육을 위해 충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62.7%는 '충분하지는 못해도 수업은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 응답자(54명) 가운데 90%가량이 '컴퓨터 노후화' 문제를 지적했다. 무선데이터망 구축(중복응답)과 컴퓨터실습실 증설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학교장 의지와 SW교육 필요성 공감대 절실
중학교 교사들은 지금 상황에서 체계적 SW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응답자(73명) 가운데 70%가량은 '수업 시수 추가 확보'와 '교육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학교장 의지나 노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장의 SW교육에 대한 인식 제고가 교육과정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교과 간 이기주의를 없애야 한다'는 답변도 17.3%에 달했다. 이를 위해 SW교육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마련이 중요하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한 중학교 교사는 “다른 교과에서 시수를 줄여야 정보교과 시간 편성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서 “학교장을 비롯해 다른 교사들에게도 SW교육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현 한국컴퓨터교육학회 부회장은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낼 때 학교장이 34시간 이상 수업 시수를 충분히 확보하도록 명확히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교육 평가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SW교육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평가체계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학교에서도 공유하도록 정보교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