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모태 사업이라 할 수 있는 130년 전통의 전구 사업을 접는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E는 최근 가정용 전구 사업 부문 매각을 위해 투자은행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은 5억달러(약 5638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가정용 전자기기 사업부를 중국 하이얼에 54억달러에 매각한 이후 또다시 일반 소비자 부문 사업부 매각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GE에 조명 사업은 상징적인 분야다.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이 GE의 모태다. 1892년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과 톰슨휴스턴이 합병, GE가 탄생했다. 이후 GE는 조명 사업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을 계속하면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각 대상 조명 사업은 주거용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북미 지역 조명 홈네트워크 서비스 기술을 포함한다. 상업용 LED 조명 사업 부문은 매각하지 않고 보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용 조명 사업을 포함해 GE조명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22억달러를 올렸다. GE 전체 매출에서 2%가 안 된다.
조명 사업 부문 매각은 2015년부터 이어지는 사업 재편 연장선상에 있다. GE는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가 사업을 단순화,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직접 대상 사업은 계속 매각하고 있다. 2015년에 소비자금융에서 발을 뺐으며, 부동산 사업도 접었다. 오일가스사업도 베이커휴와 합병했다. 지난해에는 가전 사업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했다. GE는 현재 발전기 터빈이나 항공기 엔진, 의료장비, 기관차 등에 집중하고 있다.
GE 최근 행보에는 '행동주의 투자'로 잘 알려진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2015년 25억달러 규모의 GE 지분에 투자한 트라이언은 지난달 GE의 비용 절감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라이언은 지난 3월 GE에 2년 동안 기존 2배인 20억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구 사업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매각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오스람 조명은 지난해 전구 및 LED 램프 사업을 중국 MLS와 2개 공동 투자자에게 4억4000만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 또 필립스도 28억달러에 전구 부품 사업과 자동차 조명 사업을 중국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규제 당국이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