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LG디스플레이를 주목한 것은 중소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작년과 올해에 걸쳐 증설한 생산능력 대부분은 애플용이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당장 안정적으로 패널을 수급하려면 신규 라인 가동을 앞둔 LG디스플레이로 몰릴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급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비보와 오포, 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플렉시블 OLED 수요가 급증했지만 원하는 만큼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화웨이도 올해 선보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플렉시블 OLED를 탑재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LG디스플레이에 러브콜을 보낸 것도 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 대량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구글은 이번에 구체적 투자액까지 제시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구글뿐만 아니라 중국 화웨이 등 주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도 LG디스플레이에 설비 투자 지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패널 제조사가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OLED 양산 경험이 전무한 만큼 안정된 생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제조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표정이 좋지만은 않다. 현재 E5 초기 생산능력이 월 7500장 수준으로 크지 않은데다 아직 정식 양산을 시작하지 않아 섣불리 공급 물량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부담은 투자 유치에 따른 제약이다. 고객사로부터 선투자를 받으면 일정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연간 단위 계약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이익률로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매출보다 이익률을 높이는 게 숙제인 패널사 입장에서는 마냥 기쁠 수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오랫동안 애플에 아이폰용 LCD를 공급하면서 매출은 키웠지만 이익률은 상당히 낮았다”며 “글로벌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유치하는 것은 분명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내부적으로 특정 고객사에 발이 묶이는 투자를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에 새로 건설 중인 P10, OLED TV 생산라인 증설, LCD 생산라인 전환 등 투자 과제가 산적했다. 대형 LCD 시황이 좋아 영업이익이 급증했지만 상당 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외부 설비 투자 제안을 쉽게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다.
투자가 더 활발해지면 LG디스플레이 장비, 부품, 소재 협력사도 더 큰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중소형 플렉시블 OLED 공급 대안사로 부상한 만큼 협력사 기술 개발 등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