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간 세제 관련 공약 경쟁은 사실상 한풀 꺾였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겪은 데다 대선 주자의 반기업 정서에 경제계는 물론 사회 각계의 우려가 나오면서 조금 수그러든 분위기다.
공약상 후순위로 밀렸지만 그래도 후보 대부분은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현재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 유일하게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주창자인 김종인 후보는 판단을 유보한 상황이다. 그 외 대선 후보들은 어느 정도 법인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우선 대기업 법인세 실효 세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실효 세율은 세전 이익 가운데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비율을 말한다. 대기업 조세감면제도를 고쳐 세수를 확보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명목세 인상을 검토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는 “대기업에 집중되는 특혜적 조세 감면 제도를 고치면 대기업 실효 세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법인세를 높이더라도 대기업을 우선 높이고, 중소기업 명목세율을 높이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실효 세율 인상 후 명목세율은 점진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문 후보와 같은 시각에서 법인세 인상 문제를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해 국민의당이 과세 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4%로 올리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는 것에 반대한 바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경제력이 있는 재벌 대기업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22%에서 25%까지 인상안을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낮아진 법인세·소득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 세율 인상폭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법인세 인상에 찬성이다.
김종인 후보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국제적으로 법인세는 낮추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아직 어느 방향이 옳다 그르다 답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고,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법인세율을 현행 세율보다 1~2%포인트(P) 낮추면 자본순유입이 최소 9조8000억원에서 최대 19조6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즉 세율 인하가 장기적으로 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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