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이에 위치한 '준(準)대기업집단'을 7월 처음 지정한다. 20여개 기업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을 적용받는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도 관심을 끌었던 국내 양대 포털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체 자산 규모가 작은 카카오만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준대기업집단 지정 시 산정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는 해외법인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준대기업집단(공식 명칭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르면 7월 시행된다.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공포될 예정이다. 공포 3개월 후 시행된다.
공정위는 7월 개정안 시행 전까지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기업을 가려낸다. 지난해 4월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기업은 총 25개다. 올해도 숫자는 비슷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종전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준대기업집단을 처음 도입했다. 준대기업집단은 대기업집단 규제인 상호·순환출자 금지 등에서 적용이 제외된다. 그러나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대기업집단과 동일하게 적용 받는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준대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가 제외되는 과정에서 네이버의 지정 제외가 적절한 지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자산총계(연결재무제표 기준) 6조3700억원, 5조4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네이버는 자산총계가 1조9900억원, 카카오는 2조3000억원 늘었다.
자산총계 기준으로는 두 회사 모두 준대기업집단 지정 대상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연결재무제표 상 자산총계가 아닌 기업집단 계열사 자산을 모두 더한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자산이 8900억원 많지만, 오히려 카카오만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법인 자산은 공정위가 산정하는 자산총액 산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네이버 일본법인 라인(LINE) 자산만 2조6700억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 사업이 많기 때문에 공정위가 산정하는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자산총계가 전년보다 늘긴 했지만 지난해 스타트업 기업 외에는 규모가 큰 인수합병(M&A)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는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공정위가 집계한 카카오의 자산총액은 5조830억원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기준으로도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준대기업집단 지정이 예상된다”며 “공시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총액을 산정할 때 해외법인 자산은 포함하지 않는다”며 “아직 네이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