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2>4차 산업혁명과 ICT 전담부처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2>4차 산업혁명과 ICT 전담부처

1982년의 한국형 전화교환기(TDX) 개발은 소수의 전유물이던 전화기 가격을 대폭 낮춤으로써 대중화에 성공했다. 1999년에는 초고속인터넷(ADSL) 도입과 정보화 교육으로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에너지, 자동차 등 전통 산업이 경제 성장의 틀을 갖췄다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는 데 기여했다. 이제 ICT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지속적으로 부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에 지능을 더하는 4차 산업혁명 주역이 돼야 한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 국민소득은 2만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ICT 산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2008년에 이명박 정부는 정보통신부 기능 대부분과 방송위원회 기능을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소프트웨어(SW)는 지식경제부, 디지털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로 분산시켰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국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어느 부처도 ICT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음으로써 급변하는 환경에 적기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을 앞세워 사이버 공간에 대지진을 일으켰다.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등 모바일 서비스를 앞세워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년 후에야 삼성의 옴니아 출시와 KT의 아이폰 도입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대를 열었다. 정책 부재 시기에 토종 인터넷 서비스는 모바일 진화 시기를 놓쳤고, 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통부가 해체되고 ICT를 기반으로 하는 전담 부처가 없어서 발생한 결과치고는 피해가 너무 크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2>4차 산업혁명과 ICT 전담부처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출범시키고 과학기술과 ICT 정책을 일원화했다. 잃어버린 5년을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평가된다. SW 중심국가를 표방하고, 지능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비전도 제시했다. SW 핵심 기술 확보와 기반 구축, 글로벌 ICT 경쟁력 확보, 타 산업과의 융합, 정보 보호 등 갈 길은 아직도 멀다. 그런데 선거철의 단골 메뉴처럼 ICT 전담 부처 개편설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ICT 정책은 모든 부처가 할 업무임에 틀림이 없다.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과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ICT 전담 부처는 필수다. 4차 산업혁명 동력인 모바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전수하는 기능과 ICT 전문 인력 양성을 전담 부처가 맡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또 다른 5년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짙다. 모든 부처가 ICT 핵심 기술 개발보다는 적용에만 치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 부처의 조정자 역할로서 중복 정책 제거와 균형 있는 ICT 발전 선도도 전담 부처의 몫이다. 차기 정부는 ICT 생산자로서 전담 부처와 ICT 활용자로서 모든 부처가 함께 ICT 경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누가 실효성 있는 ICT 융합을 실현하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ICT 전담 부처의 음과 양을 모두 경험한 우리는 과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는 ICT 전담 부처를 중심으로 일관성 있는 경제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 세계 정세 변화와 경제 흐름은 다른 선택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