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을 망설여서는 이제 안 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때에는 모든 싸움이 끝납니다. 하루 빨리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을 벗어나야 합니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앞으로 해외 진출은 역설적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국내 벤처캐피털(VC)이 하루 빨리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주된 이유를 기존 자산의 부진한 성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 대표는 “최근 4~5년간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부진한 기존 자산을 대체하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운용규모가 커진 만큼 국내 시장에만 투자해서는 출자자들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해외투자를 벤처투자 미래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백 대표는 투자처 다변화를 위해 이미 3년 전부터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해외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8년 중국에 처음 사무소를 설립했다. 외환위기 직후 어려워진 환경 탓에 사업 철수 등을 고려했지만 꾸준히 해외투자를 지속했다.
백 대표는 “금융 위기 직후 2~3년은 완전히 얼어붙은 중국 기업공개(IPO) 시장 탓에 어떤 성과도 거두기 어려웠지만 꾸준히 기다린 결과 회수까지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을 바라보며 우려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8년 전만 해도 한국계 VC라고 하면 산업 각 분야에서 4~5년 정도는 언제나 앞선 시각과 기술 등을 제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계가 가진 장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여유 있게 상황을 보며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 만한 때는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아시아 최고 벤처캐피털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며 “해외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아직 국내에서 이렇다 할 분야가 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지금처럼 창투사들이 국내만 들여다봐서는 어떤 기술이 장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지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