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표 슈퍼히어로 만화인 '엑스맨' 최신간에 이슬람 극단주의를 상징하는 암호가 발견됐다. 그림을 맡은 인도네시아 유명 만화가가 반기독교·반유대주의 상징을 숨겨 놓으면서 '문화적 테러'를 일으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5일 출간된 '엑스맨 골드 1권'에서 최소 두 장면에서 반기독교·반유대주의를 상징하는 암호가 발견됐다. 50여 년간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공존을 외쳐 온 엑스맨 취지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출판사인 마블코믹스는 해당 책자를 전량 회수해 해당부분을 삭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신간에는 유대인 출신 캐릭터인 키티 프라이드가 대중 앞에서 자신을 엑스맨 새 리더로 소개하는 장면 배경에 '212'란 숫자가 나타났다. 엑스맨 멤버 중 한 명인 콜로서스는 'QS 5:51'이란 글자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두 표현은 모두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과격주의와 관련됐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과격단체들은 중국계 기독교도인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자카르타 주지사가 이슬람 경전 코란을 모독했다며 작년 12월 2일 자카르타 도심에서 '212 시위'로 불리는 20만명 규모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QS 5:51'는 '이슬람 교도는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아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코란 5장 51절을 가리킨다.
아혹 주지사는 작년 9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코란 5장 51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았다면 내게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가 신성모독 혐의로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19일로 예정된 자카르타 주지사 결선투표에서 종교적·인종적 소수자인 아혹 주지사 재선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슬람 과격주의를 상징하는 두 표현을 만화에 삽입한 인물은 인도네시아 유명 만화가인 아르디안 샤프로 확인됐다.
아르디안은 “코란 5장 51절은 아혹 주지사가 모독한 구절이다. 내겐 매우 특별한 것이어서 작품에 넣고 싶었다”면서 “해당 페이지는 212 시위에 참석한 뒤 그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 종교에 충실했을 뿐”이라면서 “만약 DC코믹스 의뢰로 슈퍼맨 만화를 그렸더라도 동일한 메시지를 집어넣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블코믹스는 8일 성명을 통해 모든 출판본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아르디안을 징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