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원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서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내 연간 사교육비 총액을 30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역대 정부는 저마다 안정적 공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승만 정부가 도입한 의무 교육은 공교육 정착을 위한 시도였다. 박정희 정부의 중학교 무시험 제도나 고교평준화 정책은 과열된 교육열을 식혀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전두환 신군부는 한발 더 나아가 '과외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학창 시절을 보낸 학생 대부분은 과외를 모르고 자랄 수밖에 없었다.
과외 금지 조치는 우리 사회에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헌법재판소는 2000년 해당 조치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사교육을 억압적 규제로 막을 수 없음을 알린 셈이다. 당시 판결문은 “정부가 국민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위해 적극 노력할 의무가 있지만 학교 교육 밖의 사적인 영역까지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적시했다.
또 하나의 교훈은 사교육이 학생들 개개인의 절대적 학습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데 있다. 과외 금지 세대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중추를 책임지고 있는 40~50대다. 이들이 해당 시기 이전이나 이후 세대와 비교해 학습 능력이 낮다는 주장이나 실증적 사례는 찾기 어렵다.
과열된 교육열에서 나오는 사교육은 상대적 입시 당락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절대적 학력 향상에는 딱히 효과가 없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경험한 셈이다. 사회 전체 관점에서도 과도한 사교육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정부는 최근 공교육 활성화 정책 가운데 하나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추진했다. 대학 입시에 학생부를 반영하는 형태다.
학생부는 단어 그대로 학생의 학교생활을 기록하는 서류다. 단 한 번의 시험 점수만으로 단편적 평가를 내리는 것에서 벗어나 평소 학습 활동은 물론 자기 주도성, 인성 등을 다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나이스에 학생 개인별 사교육 내역을 기록하면 어떨까.
대입 담당자는 나이스에 등록한 정보를 파악해 공교육 위주로 학습한 학생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강제적 규제가 아닌 자율적 자제를 유도하는 쪽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공교육은 자연스럽게 힘을 얻을 수 있다. 사교육은 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데 한정하는 흐름을 기대할 수도 있다.
개인별 학습 정보는 나이스로 이미 전산화됐다. 정보 수집과 신뢰성 검증 등 기술적 부분은 상당 부분 해결됐다. 물론 100%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강제적 사전 규제보다 자율성을 부여하고 '반칙'을 적발하면 강력히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지속 보완해야 한다. 사교육 정보를 고의 누락하면 입학 취소 수준의 제재를 내리면 부정한 시도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선보인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교육 시스템이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정보기술(IT) 경쟁력을 공교육 활성화에 이용해야 할 때다.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