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자료 제작에 대한 출판사 참여가 갈수록 줄고 있다. 영세한 출판사가 많은 데다 몇년 째 계속되는 출판시장 불황 여파다. 여기에 저작권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재로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공헌활동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출판사가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납본하는 책 중 디지털 파일 비율은 3년 만에 40%대 아래로 떨어졌다. 대형 서점에 진열된 베스트셀러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책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지난해 출판사 563곳에 디지털 파일 납본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중 38.7%에 해당하는 218곳만 제출했다. 2013년 30.7%에서 2014년 44.4%, 2015년 46.6%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다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3년 만에 40%대 벽마저 무너졌다.
디지털 파일 납본 비율도 내리막을 타고 있다. 2015년 1409건을 요청해 절반이 넘는 795건(56.4%)을 받아냈다. 그러다 지난해 47.7%를 기록, 10% 가까이 뒷걸음질 쳤다. 1597건 중 766건을 얻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미납본 비율만 43.6%에서 52.3%로 상승했다.
디지털 파일 납본율 하락은 대체자료 생산 속도를 크게 늦춘다. 장애인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4월 첫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1~30위) 중 대체자료 건수는 14개에 그친다. 인기 1위 '언어의 온도' 책은 지난해 8월 발행됐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올해 출시된 책 18권 중 4권만 대체자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출판사는 저작물 유출 우려로 디지털 파일 제출을 꺼린다. 저자 허락 없이 결정할 권한도 없다. 출판사는 저작권법상 배타적 발행권만 갖는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디지털 파일 제출을 꺼리는 출판사에 과태료를 매기는 도서관법 개정안이 2015년에 등장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여의도 입성에 실패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지금까지 해결책 없이 평행선만 긋고 있다.
박성철 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 과장은 “점자법이 지난해 통과되면서 오는 11월 4일 점자의 날 행사가 처음 열린다”며 “이날 행사를 통해 장애인 독서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