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불만이 상당하다. 대통령 선거 주자가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면 엄청난 환호가 쏟아진다. 남녀노소,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얻는 공약이 있을까 싶다. 선거철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단골로 나오는 이유다.
통신은 생활필수품이지만 국민 불만이 높으니 대선 주자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통신비 인하 노력이 필요한 건 물론이다.
문제는 통신비 논의가 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냐는 점이다. 통신사를 무조건 옹호할 필요도 없지만 통신사를 '마피아'에 비유하는 것도 치우친 시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신사는 '떼돈(?)'을 버는 게 맞고, 어느 정도 요금을 내릴 여력도 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약 3조500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국민 눈높이에서 '떼돈'이 분명하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건 나중 문제다.
정부가 사업을 허가하고 전국 통신망이라는 '천혜의 진입 장벽'까지 더해지면서 수월하게 돈을 버는 것도 맞다. 더욱이 국민 자산인 전파를 사용한다. 사용료를 안 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3사가 과점하는 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를 동원해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주장은 명분이 있다. 그러나 양면성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통신 3사는 적자를 용인할 수 없는 '사기업'이라는 점이다. 지나친 요금 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구멍 난 수익을 메우기 위해 통신사는 어딘가 지출을 줄일 것이다. 통신망 투자와 마케팅비가 유력하다. 통신 3사는 매년 두 분야에 7조원씩 약 14조원을 쓴다. 이 지출이 줄면 통신 품질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단말기 지원금이 줄면서 소비자는 휴대폰을 더 비싸게 살 것이다.
많은 나라가 이런 과정을 거쳤다. 통신비는 싸지만 통신 품질은 열악한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싼값에 좋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건 세상 살아가는 이치다. 지하철이나 산과 바다에서 우리나라처럼 빠르고 정확한 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자유다.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통신 품질을 조금 떨어뜨리고 가격을 낮출 것인지 돈이 좀 들더라도 고품질을 유지할 것인지는 우리 판단에 달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