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8시께 방문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코딩학원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코딩학원이지만 두 평 남짓한 교실 안에는 학생 한두 명만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학원장은 “평일에는 학생들이 국·영·수 학원에 가고 주로 토·일요일 주말에 많이 몰립니다”며 상담실로 안내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있다면서 코딩 수업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학원장은 “초등학교 1학년도 다니는데 3학년이면 충분히 배울 학년”이라면서 “이제 시작해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학원 커리큘럼을 소개하기 전에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왜 중요한지 브리핑이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부터 '스티브 잡스'까지 최신 기술과 주요 인물 소개가 이어진다. “아이가 성인이 된 시대에 SW가 필수인데 지금부터 안 배우면 되겠느냐”는 훈계 섞인 조언도 더해졌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스크래치, 엔트리를 간단하게 두 달 배우고 곧바로 C언어나 파이썬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학원장은 “C언어나 파이썬처럼 어려운 것까지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C언어나 파이선이 제2 외국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려워 보여도 참고 끝까지 배우면 남들보다 언어 하나 더 익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가면 내신 준비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 중학교 때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게 좋다”면서 “세계적으로 많이 쓰는 파이썬은 필수로 배워야 하고 C언어, 자바까지 배워 두면 더 좋다. 과학고 가고 싶다면 컴퓨터 언어를 꼭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장은 한 시간가량 SW의 중요성과 교육 내용을 설명했다. 함께 설명을 들은 초등학생 학부모는 “SW가 중요한 건 알겠지만 이렇게 깊이 있는 내용까지 배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다들 배우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치동 인근 지역에 위치한 B 코딩학원도 비슷했다. 두 평 남짓한 교실에 학생 한두 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현직 대학원생이 강사다. 일주일에 강사 한 명이 아르바이트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창문으로 교실 안을 살펴보니 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교재를 보고 있었다. C언어 수업이다. 학원장은 “SW가 무조건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다”면서 “어차피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 학습 차원에서 미리 배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특목고 준비반' 'SW영재교육원 준비반' '정보올림피아드 대비반'을 비롯해 각종 SW 관련 대회까지 지도했다. 학원장은 “SW 의무 교육이 시작되면 학교에서 SW 수업 관련 과제도 늘어나고 경시대회도 많아질 것”이라면서 “학원에서 모든 것을 대신해 준다”며 수업 외 지원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도곡동의 유명 코딩학원은 대치동 학원가보다 밝은 분위기였다. 10평 안팎의 공간을 교실 두 개로 나눠 사용했다. 조명을 밝게 해 어린 학생들을 공략했다. 수업은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눠 운영한다. 초등부는 1년 6개월 과정이다. 스크래치 9개월 과정을 마친 후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홈 프로젝트를 9개월 듣는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월 4회에 수강료는 23만원이다. 이 학원은 미국과 호주에서 사용하는 SW 교육 수업 교재를 들여와 교육한다. 학원장은 “스크래치 9개월 정도만 수업하면 웬만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 수 있다”면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진법, 하드웨어(HW), SW 등 컴퓨터 이론 교육까지 배우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만큼 교육열 높은 경기도 분당 학원가 역시 최근 코딩 교육 열풍이 거세다. 대표 학원으로 꼽히는 한 코딩학원을 찾았다. 이 학원은 두 달 만에 수강생 100명을 모았다고 자랑했다. 이 학원은 학교보다 교육 교구가 다채롭게 많았다. 학원 중앙에는 실습실을 마련, 학생이 디자인한 내용을 3D프린터로 제작했다. 강남 학원가는 노트북 별도 지참을 원했지만 이 학원은 학원에서 노트북을 지원한다. 수업 커리큘럼은 강남 학원가와 비슷했다. 중학교 교사 출신이라는 학원장은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을 진행해 봤지만 제대로 수업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시설도 열악했다”면서 “의무화가 시행되더라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며 학원이 SW 교육 대안임을 강조했다.
직접 다녀 본 강남과 분당 지역 코딩 학원가는 대체로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스크래치나 엔트리 같은 블록형 코딩 프로그램을 배우고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센서보드 등을 이용한 피지컬 컴퓨팅 수업을 받는다. 그다음 단계로 C언어, 파이썬 등 프로그램 언어를 배운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각종 경진대회에 출전하고, 정보올림피아드나 대학이 운영하는 SW영재교육원 입시도 준비한다. 사교육으로 인해 SW 교육의 본질인 '창의 사고력 증진'은 사라지고 '스크래치 전문가, 코더 전문가'만 남는다.
전문가들은 사설 학원 단속보다 공교육 강화가 근본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사설 학원 역시 공교육의 빈틈을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김갑수 한국정보교육학회장(서울교대 컴퓨터교육학 교수)은 “학교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학원을 찾는 수밖에 없다”면서 “누구나 평등하게 제대로 된 SW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수업 시간을 늘리고 교사를 확충하는 등 공교육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