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해 간다.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에는 소프트웨어(SW) 중심 정보통신기술(ICT)이 있다. 관련 키워드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 꼽힌다. 그럼에도 이 3개 키워드가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왜 미래 산업혁명의 주요 개념이 됐는지,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소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동차·조선·철강 같은 제조업과 의료·법률 같은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 분야에 ICT 융합 기술이 적용된다. ICT 융합 기술의 핵심인 SW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 영국 등 많은 선진국은 '컴퓨터과학'을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기초학문으로 규정했다. 초·중·고교에서 정규 교과목으로 교육하는 것을 장려하며 실행에 옮긴다.
우리도 이러한 실태를 인지, 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정보' 교과 과정에 반영했다. 정부 결정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정규 교육의 질과 양이다.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컴퓨터과학 교육은 초등학교 6년 동안 총 17시간을 실과 교과목의 일부분으로 교육한다. 중학교에서는 3년 중 1년만 일주일에 한 시간씩 총 34시간 교육한다. 이 정도 교육으로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필수 학문인 컴퓨터과학을 제대로 익힐지 우려된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는 지금보다 향상된 수준의 새로운 SW 기반 융합 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이 생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SW에 대한 기초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최소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7년 동안 매주 한 시간씩 컴퓨터과학을 가르쳐야 한다. SW 역량을 갖추기 위해 컴퓨팅 사고력 학습이 필요하다. 이는 단시간 암기와 훈련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장기간의 규칙 교육으로 이뤄진다.
컴퓨터과학을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 '컴퓨팅 사고력'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양질의 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2018년부터 컴퓨터과학 교육을 실시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들 가운데 SW 기초 역량을 갖춘 교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상황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초등학교 교사 임용 고사에 SW 관련 교과목이 빠져 있다. 새로 임용될 예비 교사마저 컴퓨팅 사고력 관련 지식을 준비하기 어렵다.
4차 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은 대학이 인문, 사회, 경영 등 비전공자에게도 '비전공자를 위한 컴퓨터과학' 과목을 신설해 가르친다. 과목 신설 후 수강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많은 학생이 SW 기초 역량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은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도 적용돼야 한다.
담당 교과목과 관계없이 임용고사에 SW 기초 역량 테스트를 반영해야 한다. 교사가 기초 역량을 갖추면 다양한 교과목에서 SW 융합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ICT 활용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인 것으로 발표됐다. 국어, 수학, 과학 능력은 OECD 국가에서 상위권에 속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에서 SW 교육이 타 교과목에 비해 뒤떨어졌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컴퓨팅 사고력을 갖춘 교사 임용고사 도입 등 창의적 SW 융합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정연 SW중심대학협의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seojy@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