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바이오 산업, 4차 산업혁명은 없다

SW융합산업부 정용철 기자
SW융합산업부 정용철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뭔가요?”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되레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 국내 최대 바이오 콘퍼런스 '바이오 코리아 2017'에서 대형 바이오·제약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내건 행사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해당 내용은 없다. 무관심을 넘어 뜬구름 소재로 냉대 받는 느낌이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이 바이오, 물리학 등에 접목돼 경계를 허무는 '융합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한다. 핵심에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물리학 등이 있다.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세계 경제는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경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조, 금융, 공공, 통신 등 모든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외칠 때 바이오는 왜 동떨어져 있을까. 산업 특성에 기인한다. 바이오는 미생물을 분리·배양·정제해 결과물을 만드는 생명공학 소재분야다. 헬스케어 영역만 놓고 보면 의약품 개발까지 10년 가까이 걸린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2000년대 초부터 본격화됐다. 연구개발(R&D) 성과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 요소를 접목하기에 위험요소가 많다. 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것도 장애물이다. 바이오 분야 R&D 투자 외에 ICT 기반 설비 투자나 최신 정보수집 여력이 부족하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975개 바이오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손익분기점 이상 기업은 30% 수준이다. 바이오산업 총 투자비도 3년간 비슷하다.

의약품 산업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약산업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무관심하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완제 의약품 생산실적은 14조8560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생산 실적 87.5%에 달한다. 복제약과 기존 의약품을 합성한 개량 신약이 대부분이다. 신약 개발에 필수인 원료 의약품은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수출보다는 내수, 신약보다는 복제약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 혁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근본적으로는 실현 방안과 성공 모델이 없다. 신약후보물질 도출, 임상시험 등 의약품 개발 영역에서 접목 모델은 뚜렷하지 않다.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부처도 4차 산업혁명 기반 바이오 전략을 수립한다. 암 치료, 만성질환 관리 등 일부 요소 사업별로 진행하다보니 산업계가 참고할만한 큰 그림이 부족하다. 산업을 리딩하는 한미약품, 셀트리온 등 기업도 4차 산업혁명에 무관심하다. 중소기업이 참고하거나 협업할 기회가 없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은 데이터다. 바이오 헬스케어산업도 '증거(데이터)'가 재산이다. 유전체 분석, 분자 이미징 등 데이터 수집, 분석 요소가 커진다. 이를 활용해 환자 진료, 신약개발, 서비스 발굴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화두인 'AI' 역시 각종 의료 정보를 무기로 헬스케어 영역에 접목된다.

바이오산업을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국가 차원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활용, 연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헬스케어에 적용 가능한 모델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개발된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바이오·헬스케어에 접목한 연계 플랫폼도 필요하다. 기업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 개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데이터를 확보한 병원과 기업, 연구소가 협업해 바이오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