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한다.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공개, 자사 중심의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구축한다. 해외 6개 거점에서 론칭한다. 아마존,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업체에 도전한다.
박원기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대표는 17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업이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클라우드 시장에 출사표를 낸다”면서 “다각적 투자와 파트너 협업으로 2년 안에 글로벌 톱5 기술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했다.
NBP는 2009년 5월 네이버에서 분사한 정보기술(IT) 인프라 전문 기업이다. 그동안 네이버·라인·스노우 등 네이버 관련사를 대상으로 인프라, 보안,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NBP는 17일부터 컴퓨팅, 데이터, 보안, 네트워크 등 30여개 클라우드 인프라 상품을 선보인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NCP)이다. 매월 4~5개 상품을 더한다. 3분기 안에 글로벌 사업자 수준의 커버리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고객 확보와 동시에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6월 네이버 서비스 개발에 사용하는 API를 상품에 추가한다. 고객은 연내 네이버 검색, 음성인식, 음성합성, 회원관리 등 네이버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경쟁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해외 인프라 가용성을 늘린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고성능 상품도 개발한다.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일본, 미국, 독일 등 9개국에 구축한 글로벌 거점 가운데 연내에 여섯 곳을 대외용으로 재편한다. 국내 기업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네이버가 기업간거래(B2B)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AI 생태계 구축 때문이다. 수익이나 규모보다 기술 중심의 톱5를 목표로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마존, IBM, 구글, MS 등 글로벌 업체가 집중돼 있다. 구글 AI 알파고는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머신러닝(기계학습) 과정을 구현했다. IBM 인지컴퓨팅 시스템 '왓슨', 자율주행을 위한 컴퓨터 비전 시스템, 넷플릭스 동영상 추천 등 모두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으로 작동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AI 기술을 탑재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딥러닝 기술에 기반을 둔 이미지 인식·분석 솔루션 '아마존 레코그니션(Amazon Rekognition)' △음성 합성 솔루션 '아마존 폴리(Amazon Polly)' △음성·자연어 처리 AI 에이전트 '아마존 렉스(Amazon Rex)'를 추가한다. AWS를 활용해 AI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아마존 중심으로 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음성인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지난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넥스트 콘퍼런스에서 “머신러닝을 클라우드와 결합해 활용하면 새로운 차원의 AI 애플리케이션(앱)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MS는 'AI 민주화'를 강조한다. 기업이나 앱 개발자가 MS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기술을 공유한다.
박 대표는 “네이버 API 상품, 네이버 서비스 개발에 사용되는 서비스 플랫폼 상품뿐만 아니라 자사에서 개발하는 최신 AI 기술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공개, 외부 개발자나 기업이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계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업체 관계자는 “인프라 중심(IaaS)이던 통신사보다 다양한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네이버 진출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면서 “공공시장에서도 보안 인증을 보유한 KT와의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파트너사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네이버가 국내외 파트너를 확보해 상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해외에서는 AWS나 MS보다 브랜드가 약하고 기술력도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에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인터넷/포털 전문기자 siso@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