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유통 빅3' 총수가 활발한 인수합병(M&A)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본업인 유통 분야 외에도 화학, 중장비 등 분야를 막론한 M&A로 그룹 미래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제과와 백화점 등 유통분야로 사업 토대를 닦았다면 신 회장이 취임한 뒤 활발한 M&A로 그룹 몸집을 부풀렸다. 신 회장이 2004년 10월 롯데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이후 하이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롯데가 인수한 기업은 30여개로 인수금액은 9조원에 달한다. M&A와 글로벌 사업을 주요 성장 축으로 삼아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신 회장은 2010년 바이더웨이와 GS리테일 백화점과 마트 부분을 인수하며 명실상부한 '유통 1등 기업' 자리를 공고히 했다. 2015년에는 국내 화학업계 최대 규모인 3조원을 투자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했다.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 M&A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5478억원을 거두는 등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거듭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도 적극적 M&A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5년 간 2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들여 15곳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그 중심에는 신세계푸드가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09년 자회사 훼미리푸드와 합쳤고 2013년에는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식음료사업부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5년에는 이마트에 냉동만두를 제조·납품하는 중소식품업체 세린기업을 50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고 같은해 스무디킹코리아도 18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정 부회장은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 인수에 70억원을 투자했고 소주사업을 위해 제주소주를 약 300억원에 인수했다. 정 부회장은 장기 성장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앞으로도 추가 M&A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영인 자리에 오른 후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정지선 회장도 약 1조원을 투자해 4건 M&A를 성공시켰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패션업체 한섬을 약 4300억원에 인수하고, 가구 업체 리바트 지분도 인수하며 의식주는 물론 리빙, 패션 등을 망라한 '토탈라이프케어' 그룹으로 변모를 시작했다. 위니아만도와 렌탈 업계 3위 동양매직, 물류업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정 회장은 현대그린푸드를 앞세워 산업기계·특장차 전문기업 '에버다임'을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월에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문을 3000억원에 인수하며 패션사업 부문을 강화했다. SK네트웍스(매출 약 6000억원) 인수로 현대백화점은 한섬(매출 약 7500억원)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단숨에 패션업계 4위로 도약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 사내유보금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매물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추가 M&A에 나서 그룹 미래먹거리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지속 성장을 위해 과감한 M&A에 나서고 있다”며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