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디자인 비밀주의'를 강화한다. 최근 1년간 제품 디자인을 모두 비밀 디자인으로 출원, 외부에서 파악하지 못하도록 했다. 강력한 디자인 보호를 위한 조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디자인 침해 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1년여간 제품 디자인 500여개를 모두 비밀 디자인으로 출원했다. 비밀 디자인은 디자인 권리를 설정할 때 출원일로부터 3년간 비밀로 하는 제도다. 특허청에서 심사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외부인은 그 디자인을 볼 수 없다.
LG전자는 2016년 이전에는 일부 전략 제품에 한정해 비밀 디자인을 적용했다. 실제 출시될 제품 디자인이 사전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전체 제품과 부분(부품 등) 디자인 모두 비밀 디자인으로 출원했다.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이용해 LG전자 디자인을 검색해도 이미지가 공개되지 않는다.
기업이 모든 디자인권을 비밀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밀 디자인은 실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사업 준비 기간이 매우 길거나 전례가 없는 혁신적 디자인일 때만 선택하는 방식이다. 디자인 자체를 쉽게 보호할 수 있지만 경쟁사나 후발주자가 앞서 등록된 선행 디자인을 파악할 수 없다.
한 특허법인 대표 변리사는 “누군가 특정 디자인을 선점했다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디자인 침해 가능성이 크다”면서 “분쟁 대응에는 디자인을 공개해 권리 범위를 넓게 확정짓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가 자신도 디자인을 등록할 때 LG전자 디자인을 참고할 수 없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생기기 쉽다는 의미다. 협력사가 디자인 권리를 양도받아 제품을 제조, 생산할 경우에도 라이선스를 받는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삼성전자도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전략 제품 디자인은 비밀로 설정했다. 하지만 일부 제품에 국한돼 있다. 원형 PC 디자인과 드론 디자인 등 신규 사업에 적용될 디자인 권리를 공개하는 등 LG전자와는 상반된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권리 보호를 받기 위해 모든 디자인 출원을 비밀로 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면서 “비밀 디자인 장단점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전자 디자인 비밀주의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가 강력한 디자인 보호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시안이 먼저 공개되면 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디자인을 출원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밀 디자인으로 출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