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중국 상하이 출장을 다녀온 지인이 한 장의 사진을 보냈다. 텅 비어 있는 비행기 안. 자세히 보면 5명 정도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실제 상하이로 향하던 비행기 내부 모습이었다. 3월 15일부터 중국의 한국행 단체 여행 판매 제한이 시행된 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한국 관광객 숫자가 줄어든 탓이다.
그 후로도 중국 방문을 계획한 지인들로부터 한·중 관계가 얼마나 경색됐는지 '제보'가 이어졌다. 사이언스 파크를 방문하고자 했지만 '퇴짜'를 맞은 학계 인사부터 취재 비자 발급에 제동이 걸린 기자까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보복'은 없을 것이라 낙관하던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항공 여객 통계는 우려한 보복이 현실화됐음을 보여 줬다. 중국의 판매 제한이 시작된 후 중국 노선 여객은 전년 대비 37.3% 감소했다. 4월 들어서는 감소폭이 40%대로 커졌다.
항공사는 사드 보복의 낌새가 있을 때부터 노선 다변화를 준비했다. 그 덕분에 국제 여객 전체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제주도에는 중국인을 대신해 내국인과 동남아 관광객 방문이 더 늘었다.
다변화 대책에도 수익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올해 피해액을 24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다른 노선을 늘려 각지의 여객들이 더 많이 이용했으나 운수권이 필수인 중국 노선의 특성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운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지금이라도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국토부는 중국 노선은 운수권 의무 사용 기간을 20주에서 10주로 일시 완화했다. 중국 노선에 운항하던 항공기를 일본·동남아 노선 등 대체 노선으로 투입할 수 있게 한 조치다.
그럼에도 '사드 보복'은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불안감이 여전하다. 중국의 보복이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대책은 업체 피해를 줄이는 단기 수혈에 불과하다. 국토부도 좀 더 장기 안목에서의 대책을 서둘러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음에 내놓을 대책은 앞으로 더 커질 문제까지 감안하길 바란다.
문보경 산업정책(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