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트렌드]"내가 물로 보이니?" 커지는 생수 시장…뜨거워지는 '물 전쟁'

[마켓트렌드]"내가 물로 보이니?" 커지는 생수 시장…뜨거워지는 '물 전쟁'

매년 10% 이상 성장 중인 국내 생수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며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도전자들의 신규 시장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전국 70여개 업채가 100여개 생수 브랜드를 제조·판매하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 전체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7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성장했다. 생수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1%씩 커지면서 오는 2020년 1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더욱이 생수는 제조 설비 및 단가가 여타 음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효자상품으로 부각되면서 후발업체들의 진입이 이어지고 있다.

2L 생수 한 통 제조원가는 수질개선부담금, 뚜껑, 병 값 정도가 대부분으로 100원 이내에 생산 가능하다. 제조 공정 또한 까다롭지 않아서 깨끗한 수원만 확보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시장 참여가 용이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마켓트렌드]"내가 물로 보이니?" 커지는 생수 시장…뜨거워지는 '물 전쟁'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생수는 광동제약 '삼다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 3개다. 삼다수는 시장점유율 41.5%로 전년 대비 3.6%포인트 감소했지만 생수시장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시스와 백산수가 거센 공세로 각각 7%에서 12%, 5%에서 8%까지 오르며 뒤를 쫓고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생수 시장이지만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출도 발빠르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제주 용암해수 취수 및 제조업체인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인수, 생수·음료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제주용암수는 지난 2013년 제주용암해수단지에 부지를 분양받고 취수권을 획득한 업체다. 오리온 측은 제주 용암해수를 이용한 제품 출시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마켓트렌드]"내가 물로 보이니?" 커지는 생수 시장…뜨거워지는 '물 전쟁'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은 올 초 지리산 천연암반수로 만든 '정식품 심천수'를 출시, 생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리산 산림의 해발 510m 위치의 지하 200m에서 취수한 천연암반수로 만들었으며 정수 과정에서 일체의 화학처리 과정 없이 천연 필터로만 정수한 것이 특징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웰빙 트렌드 확산, 소규모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생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심천수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식품업체 아워홈과 신세계푸드도 생수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푸드는 생수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12월 약 70억원을 들여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 인수를 마쳤다. 기존 제이원이 만들던 생수브랜드 '크리스탈'을 유지하면서 신세계푸드 자체 생수브랜드를 구축해 늦어도 올해 하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아워홈 역시 지난해 12월 지리산 국립공원 천왕봉 남단 해발 550m 지역, 지하 200m 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로 만든 '아워홈 지리산수'를 선보였다. 현재는 기업 간 거래(B2B) 제품만 판매되고 있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로 확대할 방침이다. 샘표식품도 지난해 탄산수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샘표식품은 지난 연말부터 프랑스 록사네사의 탄산수인 '발스'를 국내 호텔과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있다. 2012년 삼다수 위탁판매 공모에 참여하는 등 먹는 물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샘표식품은 탄산수가 많이 판매되는 여름까지 추이를 지켜본 뒤 탄산수사업 확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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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생수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본격적인 생산 확대를 꾀한 업체도 있다. 웅진식품은 이달 초 천연암반수 브랜드 '가야G워터' 패키지를 새롭게 선보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웅진식품은 지난 2015년 12월 자회사 가야 F&B를 합병하고 생수 브랜드 '가야G워터'와 '가야농장'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생수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기존 주력 부분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다. 식품기업의 신성장 동력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생수 시장이 낙점된 것.

또한 지난해 말 국내 점유율 1위 삼다수가 광동제약과 맺은 도외지역 먹는샘물 위탁판매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하자 올해 말로 예정된 판권 입찰 경쟁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미리 생수시장에 뛰어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켓트렌드]"내가 물로 보이니?" 커지는 생수 시장…뜨거워지는 '물 전쟁'

하지만 지나친 시장 진출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낮아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수익이 날 수 있는 생수 사업 특성상 여러 업체가 각축전을 벌일 경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뛰어들고 보자는 식의 사업진출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생수시장에 신규업체들의 시장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 연말 삼다수 판권 전쟁에 앞서 주도권 잡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