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휴대폰을 산 지인이 “통신비가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통신비가 약 9만원이라고 했다. 들어보니 요금제는 6만원대, 단말할부금이 3만원대다. 4인 가족 모두 같은 휴대폰을 구매하면 이동통신 요금으로 월 36만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가계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흔히 통신비는 '통신 요금+단말 할부금'이다. 통신 이용료와 단말기 값을 뭉뚱그려서 통신비라고 부른다. 물론 통신 요금은 통신사, 단말기 값은 제조사 책임이다. 그런데도 '비싸다'는 비난은 통신사가 뒤집어쓴다.
통신비가 비싼지는 따져 봐야 하겠지만 자신이 구매한 비싼 단말기 값까지 통신사에 따져서야 되겠는가. 비싼 자동차를 사고 유지비가 많다며 정유사에 항의하는 꼴이라면 견강부회일까.
본인의 이용 행태에 최적화된 요금제를 선택했는지도 의문이다. 다양한 요금제가 있지만 관심 밖이다. 데이터를 얼마나 쓰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올지 모른다. 통신비 인하를 막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는다는 것이다. 통신비 논의를 할 때 '1인당 10만원 가까운 통신비'라거나 '월 수십만원의 가계통신비'라는 수식어가 동원되는 것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월 6만원'과 '월 9만원'은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4인 가족으로 치면 월 24만원과 36만원 문제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정부와 통신사 책임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도입 초기에 휴대폰을 빠르게 보급하기 위해 통신사 보조금 제도를 활용했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주고 휴대폰과 요금제를 함께 팔았다. 이 제도는 비싼 단말기의 구입 부담을 줄여 이동통신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를 사실상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통신비의 모든 책임을 통신사에 돌리는 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통신비는 통신 요금과 단말할부금으로 구성된다. 통신비 인하 논의는 단말 할부금을 뺀 '통신 요금'이 얼마인지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