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융합 시대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기술의 활용이 가능하다. 많은 전문가는 과학기술 발전이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다가올 것으로 예측한다. 플랫폼 변화를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 전화기가 휴대폰, 휴대폰이 다시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이 성장해 온 것처럼 기술 발전과 함께 비즈니스 플랫폼이 확장되고 서비스 영역 및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커다란 변화의 길목에 서 있음은 확실하다.
조달청도 이러한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하나인 클라우드를 활용한 공공 전자조달 표준 플랫폼 개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하드웨어(HW)나 소프트웨어(SW) 같은 컴퓨팅 자원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빌려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클라우드를 대표하는 것은 SW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글 독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365 등이 있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 관리 도구다. PC나 모바일 기기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문서 편집과 저장을 할 수 있다. 저장된 문서는 특정 기기가 아니라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필요한 때에 어디에서나 보고 수정이 가능한 서비스다.
글로벌 기업 오라클도 클라우드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클라우드 기반 SW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클라우드 대중화와 함께 기업 전사자원관리(ERP)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전체 프로그램을 모두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기능만 선택해 구입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세계 최초로 조달 업무 전 과정을 전자화한 '나라장터'는 SW를 서비스 제공자 서버에 설치하고 사용자는 인터넷으로 서버에 접속,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공 조달의 투명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혁신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베트남을 시작으로 코스타리카, 요르단 등 올해까지 7개국에 총 394억원 규모로 수출됐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전자 조달 수출 방식은 이미 개발된 핵심 프로그램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 현지에서 이를 설치하고 현지화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치 및 현지화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고,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나라장터에 클라우드를 적용한다면 또 다른 혁신 전자 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조달을 도입하고자 하는 누구라도 인프라 구성이나 SW 개발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경량화, 세분화된 서비스를 조합, 원하는 시스템으로 구성할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는 자금이 부족하고 기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관심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월드뱅크 주최로 열린 아프리카 고위급 전자 조달 포럼에서 참가국을 대상으로 조달청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인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나라장터 시스템을 새롭게 개편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제까지 쌓아 온 나라장터의 기반을 뒤흔드는 엄청난 도전이다. 많은 제약과 고민이 따르겠지만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둘 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고,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조달청이 나아갈 희망 찬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망설임은 직무 유기가 아닐까.
정양호 조달청장 yhchung@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