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의족, 더 가볍고 더 힘차게 걷는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이 인체와 유사한 발목의 움직임을 구현한 고출력·경량 로봇 의족을 개발했다. 가격을 외산 제품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기계연은 우현수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지원로봇연구실 박사팀이 가벼우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회전 출력을 내는 발목형 스마트 로봇 의족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왼쪽 하지 절단 환자가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로봇의족을 착용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하지 절단 환자가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로봇의족을 착용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의족의 토크 출력(발목 회전력)은 150Nm(뉴턴미터)다. 업계 최고 수준인 미국 바이온엑스의 로봇 의족 '바이오엠'과 같다. 그러나 무게는 훨씬 가볍다. 바이오엠의 로봇 의족 무게가 1.8㎏인 반면에 연구팀의 무게는 1.4㎏에 불과하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로봇 의족의 고출력화와 경량화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출력에 비례, 모터를 비롯한 내장 요소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기계연 연구팀이 이를 구현해 낸 것이다. 이로써 실제 발목과 유사한 무게의 의족을 제작, 실제 걷는 것과 같은 의족의 반동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통합구동모듈' 설계로 고출력화와 경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모터, 감속기, 센서 등을 한 곳에 모아서 이들을 구성하고 연결하는 부품을 공유하는 원리다. 모터와 기어를 동일한 베어링으로 연결하고 외장 케이스 면적을 줄여 부품 무게를 최소화했다.

실제 제작된 로봇의족
실제 제작된 로봇의족

개인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보행 모델 시스템도 제작, 로봇 의족에 적용했다. 환자의 보행 동작을 정밀 분석하기 위해 3D 모션 캡처 시스템, 지면반력측정기를 사용했다. 사용자의 걷는 방식을 바탕으로 로봇 의족을 조정,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로봇 의족 기술이 외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해 로봇 의족 대당 판매가를 1500만원까지 낮췄다. 외산 제품은 8000만원에 이른다.

연구팀은 올해 로봇 의족 외부 케이스를 제작하고 내년에 상용화, 세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특허 등록과 미국 특허 출원을 마쳤고, 모터 설계 기술은 이전했다. 해운대백병원과 상용화를 위한 임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우현수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지원로봇연구실 책임연구원
우현수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지원로봇연구실 책임연구원

우현수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전 세계의 발목 절단 환자가 로봇 의족을 사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관련 원천 기술을 로봇 하지 제작, 웨어러블 로봇 동작 제어에 활용할 수 있어 상업·과학적으로 모두 훌륭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