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중소기업 R&D가 희망이다

[ET단상]중소기업 R&D가 희망이다

요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보면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올해 3월 이후에는 투자를 조금이라도 확대하겠다는 대답이 크게 늘었다. 사회·경제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기업 R&D 활동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부설연구소는 2016년 기준 3만6026개로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연구소의 95.7%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연구원 가운데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비중은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초로 50%를 넘어섰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2017년 R&D 투자와 연구원 신규 채용 규모 또한 중소기업 증가율이 대기업에 비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전체 R&D 투자(2015년 기준)는 12조2000억원으로 삼성전자 1개사(14조8000억원)보다 적다. 중소기업 연구소는 설립한 지 3년 이하 연구소 비중이 절반이 넘으며, 연구원 10명 미만의 소규모 연구소 비중은 92.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의 기업 간 공동·위탁 R&D비는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기술 이전이나 도입 비중 또한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이 R&D 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 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정부는 올해 19조4000억원 규모인 R&D 예산을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의 활용도가 높은 R&D 조세 지원 감면 규모는 2015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공계 석·박사 연구 인력 활용을 위한 전문연구요원제도 또한 병역 자원 감소로 폐지 또는 축소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해외 주요 국가는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 관점에서 중소기업 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중소기업법에서 연방정부 기관의 대외 예산 대비 R&D 지출 하한선 비중을 규정하고 있으며, 그 비중을 2.6%(2012년)에서 3.2%(2017년 이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정부 R&D 투자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중소기업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더욱 명확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첫째로 정부 R&D 예산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하도록 중소기업기본법이나 과학기술기본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R&D 지원에는 효율성 못지 않게 정책 신뢰가 중요하다. 앞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R&D 활동에 적극적인 중소기업의 꾸준한 지원 또한 중요하다.

둘째로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R&D 집약도)이 높은 혁신형 창업 기업에 대한 파격 지원이 필요하다. 창업 초기 기업은 투자 대비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존율이 낮게 나타난다. 업력 3년 미만의 초기 창업기업에 한해 부담금 제도를 폐지하거나 결손 발생 시 사용하지 못한 R&D 세액공제 금액에 대해 세금 포인트 형태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항구화해 안정적인 중소기업 병역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당위로서의 병역이 아니라 경제 전략으로서의 병역 제도를 도모할 시점이다. 경제 성장과 병역 문제를 연계, 시너지(시스템 에너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R&D 투자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그러나 R&D비와 연구 인력 모두 상위 기업 집중도가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 R&D 투자 확대는 중소기업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미래의 희망이다. 중소기업이 R&D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 고민이 필요한 때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msnoh@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