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벽하게 기능을 수행하진 못하지만 많이 사용하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어요.”
삼성전자가 1일 서비스를 개시한 인공지능(AI) 음성비서 빅스비가 건넨 첫마디다. 빅스비는 100% 구현하지 못했지만 이용자 질문을 이해하고 정확한 답변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빅스비는 맛집 추천, 항공·호텔, 예약, 배달, 실시간 교통 상황, 생활 정보, 일반 지식 등에 대한 답변이 불가능하다.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기능과 연동했을 땐 스마트하게 변신한다. “리마인더에 내일 오후 3시 약 먹는 스케줄 추가해 줘”라고 말하자 곧바로 임무를 완수한다. 심장박동 수를 체크하고 정상 컨디션이라는 메시지도 보여 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외부 애플리케이션(앱)과도 연동된다. “카카오톡 메시지 보여 줘”라고 요청하면 읽지 않은 최신 메시지 창을 띄운다. 페이스북에 어떤 내용이 올라왔는지 궁금해 하면 뉴스피드 창을 띄워서 '페친' 근황을 한눈에 보여 준다. '카카우툭'이라고 이상하게 말해도 '카카오톡'이라고 알아듣는 건 신기하다.
검색을 기반으로 한 정보 제공은 약하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를 보여 달라”고 하자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현재 있는 곳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차로 얼마나 걸리는지 묻자 묵묵부답이다. 그래도 경쟁사 서비스는 확실히 기억하는 모양새다. 빅스비에 “구글 어시스턴트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자 “저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세요”라며 질투한다. 애플 시리를 말하면 “저는 빅스비예요”라며 발끈한다.
빅스비가 카메라와 만나 사물 인식 기능인 '비전'을 구현할 때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커피우유를 촬영하고 비전 기능을 통해 쇼핑 앱 검색을 하면 온라인에서 500원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쇼핑이 아니라 이미지로 검색하면 유사 제품을 나열한다.
방대한 문서를 타이핑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빅스비를 추천한다. 텍스트가 적혀 있는 이미지를 촬영한 뒤 텍스트-추출 순으로 터치하면 깨알 같은 문장이 갤럭시S8 속으로 들어왔다. 영어가 약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번역하려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드래그하면 1초 만에 완성된 번역본이 나타난다. 정확도는 약 80%. 완벽한 텍스트 추출·번역은 아니지만 훌륭하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도전한 AI 음성비서 첫 타자다. 딥러닝 과정을 거친다면 똑똑해지겠지만 서비스 개시 즉시 구현하는 기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점 만점에 9점은 충분히 받을 만하다. 연말쯤이면 미생(未生) 빅스비가 미생(美生)으로 발전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