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통산업 규제 공약과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는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 공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대 국회 시작 이후 발의된 유통업계 규제 관련 법안만 23개에 달하는 상황에 대선주자까지 나서자 업체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 등은 소상공인 보호, 중소기업 진흥 등 이유로 유통산업 규제 공약을 각각 발표했다. 이들은 △복합쇼핑몰 의무 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대규모 점포 골목상권 규제 강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확대 및 출점 허가제 도입 등 규제를 한 층 강화하겠다는 데 목소리를 냈다.
문 후보와 홍 후보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의무휴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공약을 내놨다.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대형유통업 규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새 정부에서는 복합쇼핑몰 영업규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은 쇼핑뿐 아니라 외식과 여가활동 등을 모두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쇼핑공간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침체를 극복하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말 가족단위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주말이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 후보는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를 월 4회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입지를 제한해 영업자와 소상공인 영업을 보장하는 내용, 대규모 점포의 골목상권 출점 규제 등 대기업 유통업체에 집중된 공약들도 있다.
대선주자들이 내세운 규제 공약 핵심 논리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보호다. 그러나 실효성 측면에서 볼 때 이 같은 규제가 실질적으로 상생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업계 안팎에서 규제일변 정책이 대형유통기업은 물론 중소협력사,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업규제로 대형마트 매출은 21% 줄었다. 같은 기간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매출도 1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하락세를 틈타 또 다른 대형유통기업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며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복합쇼핑몰은 수많은 중소브랜드가 입주해 운영하는 매장도 많은 만큼 중소 협력사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시행된 유통 관련 규제가 법 취지인 골목상권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유통규제 공약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