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랏빚'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안 마련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국가채무 관리를 위해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국회의원 이견과 무관심으로 반 년 동안 표류했다. 주요 대선 주자는 마땅한 재원 마련 대안 없이 대규모 지출을 수반하는 공약을 내놔 향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7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현재 국가채무는 약 653조원으로 작년 말(638조5000억원)보다 14조5000억원 늘었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국가채무가 682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기반해 실시간 국가채무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가 매달 약 3조6000억원씩 늘어 총 43조9000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며 최근 수년간 국가채무는 급증했다.
기획재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국가채무는 예산정책처 수치보다 낮은 627조1000억원인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3년 만에 규모가 163조원 늘어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3년 32.5%에서 지난해 38.3%까지 확대됐다.
기재부는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수십년 내 국가재정이 위험해진다고 판단, 작년 10월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 국가채무를 GDP 대비 45% 내에서 관리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 조달 방안을 첨부하는 페이고(Pay-go)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골자다.
기재부는 당초 재정건전화법 국회 통과를 낙관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각종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며 6개월 동안 법안 처리는 진전이 없었다.
일부 의원은 페이고 제도가 국회 입법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법안 발의 때 의원들이 기재부 눈치를 봐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그나마 재정건전화법은 1월에만 국회에서 논의됐을 뿐 2월, 3월 국회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재정건전화법 논의 진전이 기대만큼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후보들이 대규모 지출이 필요한 복지·일자리 관련 공약을 내놨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후보가 과세강화·증세를 약속했지만 공약 이행 재원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찾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2001년 257만원에서 지난해 1224만원까지 늘었다”며 “재원 대책 없이 남발하는 대선 후보 복지 공약이 없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채무 추이(자료:기획재정부)>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