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기사는 VC가 아니다"...시장 확대에도 우려커지는 VC업계

신기술금융회사 등록이 급증하면서 창업투자회사 등 기존 벤처투자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기사를 비롯한 금융권, 선도 중견·벤처기업의 투자 확대로 인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면서도 유입된 자금이 실제 유망 벤처기업 발굴에 쓰일지에 대한 우려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기술금융조합 투자 실적 가운데 63.4%는 창업 7년 이후 후기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조3023억원에 이르는 신규 투자 가운데 8000억원 이상이 7년 이상 된 중소기업에 투자된 셈이다.

창업투자조합의 지난해 창업투자조합의 후기기업 투자금액 7438억원을 웃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조합 전체 신규 투자 규모는 2조2000억원에 이른다. 창투조합과 달리 신기술조합 투자금 대부분은 후기기업에 집중됐다.

이렇다 보니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신기술투자조합의 투자가 벤처 투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벤처 투자의 주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초기 투자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이라면서 “창투조합 절반 규모에 불과한 신기술조합 투자의 후기기업 투자가 오히려 더 많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신기사 대다수는 모태펀드나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성 자금 없이 순수 민간 자본 출자만으로 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모태펀드 등 정책 자금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펀드는 결성 금액 일부를 초기기업 또는 정책 목적에 맞는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민간 출자자로 구성된 신기술조합은 중소기업이라면 사실상 어떤 회사에나 투자가 가능하다. 심지어 위탁운용사와 출자자 전부가 계열사로 이뤄진 신기술조합이 대부분이다. 삼성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 대기업 계열 신기사가 결성한 조합 대부분은 계열사가 출자한 자금이다.

이종훈 국민대 교수는 “후기기업에 투자금 대부분을 투자하고 예비 상장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신기술회사를 과연 VC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신기사 진입으로 시장 자체가 커졌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신기사의 벤처 투자 실적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통합 투자 정보 부족으로 인해 VC업계는 정보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실제 시장이 커지면서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던 금융회사들이 신기술조합으로 출자를 전환하고 있는 형국이다.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기술조합 행보는 모험자산에 투자하는 VC라기보다 그저 상장을 앞둔 기업을 사들이는 사모펀드(PEF)에 가깝다”며 “신기술조합이 벤처투자를 한다는 명분으로 금융권과 기금 자금을 모두 끌어들일 경우 전체 시장이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투자업계 주요 출자자인 모태펀드와 주무 관청인 중소기업청도 집계되지 않는 벤처투자 실적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모태펀드 출자를 받지 않은 신기술조합 투자 현황에 대해서는 벤처투자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벤처투자 시장 확대는 긍정 평가를 하고 있지만 신기술조합 돈이 어떤 기업에 투자됐는지 종합 관리하기가 어려워 자연스레 벤처기업 통계에도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 발굴과 정책 입안을 위한 최소한의 벤처기업 투자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