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성장 동력을 찾는 기업과 수익성 좋은 상품을 찾는 금융사가 속속 신기술금융업에 진출하면서 투자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창업투자회사들이 벤처조합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과 달리 신기사는 신기술투자조합뿐만 아니라 사모펀드(PEF), 투자신탁,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등 다양한 형태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기술금융업 투자 실적 1조3023억원 가운데 신기술투자조합 투자 실적은 1조원을 간신히 넘는다. 나머지 2500억원은 회사 자체 계정을 통한 투자다. 전체 투자금의 20%를 차지한다.
투자 실적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2015년에는 신기사 자체 투자 비중이 더 높다. 2015년에도 신기사는 2500억원을 회사 계정으로 투자했다. 2015년 전체 투자 실적 1조786억원의 25% 수준이다.
창업투자회사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벤처캐피털(VC) 업계 전체 투자 재원 17조9351억원 가운데 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93.2%에 이른다.
VC업계 관계자는 “창투업계는 통상 위탁운용사(GP)와 출자자가 엄밀히 구분돼 있거나 모태펀드 또는 성장사다리펀드 등 정책 목적이 있는 출자금을 받아 간접 투자를 하는 데 특화돼 있다면 신기사는 대출 등 조합 운용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NHN엔터테인먼트 계열 신기사인 NHN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NH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출자한 조합을 운용하면서도 더마젝, 아이에스엠아이엔씨 등 벤처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에이스투자금융은 지난해 솔트웍스, 디알텍, 뉴로스 등 상장사 주식뿐만 아니라 풀무원, 디에스케이 금양, 스맥 등 우량 회사 회사채에 투자했다.
SPAC 투자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시너지아이비투자, 에이스투자금융, 이앤인베스트 등 신기사는 SPAC에 참여했다.
출자자로 나서는 사례는 더욱 빈번하다. 신기술투자조합에 대한 출자뿐만 아니라 별도 투자 제한이 없는 PEF에도 주요 출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기술업계 큰손인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결성된 PEF 9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밸류업 중기특화솔루션 신기술투자조합1호에도 지분 50%를 출자했다.
KT가 최대 주주로 있는 KT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150억원 규모의 KT전략투자조합3호를 신규 결성했다. 이 펀드는 KT가 지분 86.7%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기술투자도 지난해 카무르 제3호 사모투자합자회사 등 4개 PEF에 지분을 태웠다. 제지업체 무림이 최대 주주로 있는 무림캐피탈은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업이나 기업 공개 직전 업체에 투자하는 전문 투자형 사모투자신탁에도 자금을 출자했다.
창투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기술금융회사는 위탁운용사보다 벤처투자 시장에 출자자로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신기술금융사의 벤처투자는 기업 발굴보다 단순히 고수익 창출에만 집중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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