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기청정기와 '공포 산업'

[기자수첩]공기청정기와 '공포 산업'

공기청정기 판매가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 데 이어 올해는 1조5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중견·중소기업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배경에는 미세먼지가 있다. 미세먼지 경고가 1년 내내 이어지면서 공기청정기 판매가 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또 다른 지출로 이어진 것이다.

'공포 산업'이라는 용어가 떠오른다. 사회학자 지크문트 바우만은 불안과 공포가 기업 재정 이득의 원천이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9·11 테러 이후 비상식량과 지하벙커 등 안전용품 판매량이 급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우만은 “사회 안전망이 실종된 사회에서는 개인이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공기청정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나 사회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니 소비자는 자구책으로 공기청정기를 구매한다. 개인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구매력에 따른 격차도 발생한다. 금전 여유가 있는 가정이 안전과 위생 측면에서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나 의류건조기 등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가정은 한정돼 있다”면서 “미세먼지 이슈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대통령 선거에도 등장했다. 주요 후보는 미세먼지 대응책을 내놨다. 미세먼지를 정부가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기자수첩]공기청정기와 '공포 산업'

미국과 유럽은 매년 사회책임(CSR) 활동 데이터를 발표한다. 독일 대표 기업 바이엘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신기술을 개발해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각 30%, 37%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이런 활동은 기업이 사회와 연대, '지속 가능 경영'을 펼치게 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 기업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CSR를 확대해야 한다.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마케팅 차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공기청정기 제조사는 물론 기업 경영 전반에서 깨끗한 환경을 위한 사회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