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 (16)기대반 우려반의 대한민국 새정부](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0877_20170508130853_332_0001.jpg)
선장은 배의 운명을 좌우한다. 선장의 결정에 의해 안전한 항로로 목적지를 향하기도 하고, 때로는 풍파를 겪기도 한다. 1990년에 선원 21명을 구하고 자신은 배와 함께 침몰한 유정충 하나호 선장과 같은 의인이 있는가 하면 배와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도 있다. 지루한 탄핵과 대선 정국 막을 내리고 출범하는 대한민국호의 새 선장은 험한 풍랑과 어려움 속에서도 의연히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무리 선장이 훌륭해도 배를 운전해서 하늘을 날 수는 없다. 후보들이 배에 날개를 달겠다는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아도 환호를 보낸 이유는 장밋빛 미래 비전과 통합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 복지경제를 한 단계 성장시키겠다는 공언 때문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자신을 선장으로 선택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선장은 승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 현실과 흔들리는 안보 상황 앞에서 성실과 진실성으로 승부하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민을 뒷전에 둔 밀실 협상보다는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고통을 나누는 투명한 정부를 원한다. 신기에 가까운 마술로 국가 미래를 창출하기보다는 비전을 명확히 보여 주고 손을 내미는 지도자를 원한다. 사이버 시대에 정부와 국민이 따로인 국가는 경쟁력이 없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 (16)기대반 우려반의 대한민국 새정부](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0877_20170508130853_332_0002.jpg)
숙제도 많다. 세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고, 연구개발(R&D) 체계도 혁신해야 한다. 북한 핵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함은 물론 한국 정세를 이용하려는 일본과 미국 속셈을 지혜롭게 다스려야 한다. 탄핵으로 상처 난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고, 적대 관계에 있는 이들을 모아 통합을 실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숙제는 선장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승객 모두가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경우 국가지도자가 기술과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문가들을 중용해서 기초를 다지고 대응하면 가능한 일이다. 인터넷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요성을 이해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인터넷 강국으로 발전시킨 주인공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대선 토론 가운데에 세계화 관련 소신과 비전을 보인 후보가 없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사이버 시대에는 국경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세계는 가까이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을 새로운 선장으로 맞은 국가들의 행보가 오리무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개발도상국과 미국·중국·유럽 등 선진국들 사이에서 넛크랙커가 된 우리 외교의 전략을 슬기롭게 수립해야 한다. ICT 강국의 기반을 다진 저력으로 미래를 열 수 있는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 (16)기대반 우려반의 대한민국 새정부](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0877_20170508130853_332_0003.jpg)
새롭게 출항하는 대한민국호는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다. 정부 조직을 전면 개편하기보다는 효율 높은 미래 지향의 기능 조정이 현명해 보인다. 구태의연한 대민 서비스 사수 노력보다는 새로운 대민 서비스를 개발하고 열린 정부를 구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걱정없이 행복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은 나라, 좋은 대통령이다. 오늘 임명되는 대한민국호의 새로운 선장은 승객에게 군림하기보다 진심으로 그들을 섬기는 존경스러운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