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에너지 신산업, 핵심은 '인텔리전트 에너지서비스'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에너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회자되고 있다. 기존의 에너지 산업 틀을 깨는 융합 관점에서 ICT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전력 송배전 자동화와 같은 '촉매제' 역할이나 원격 검침과 같이 당면한 현안을 해소하는 '해결사' 역할로는 충분치 않을 것 같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에너지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창출자' 역할이 기대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의 에너지 산업 이해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의료 ICT 융합에서 보듯 원격 진료, 모바일 헬스케어, 의료 정보 공유 등 새로운 시장 창출과 기존 시장의 일부 대체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 큰 파이를 만들어서 나누어 가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에서 창출자 역할을 담당할 ICT의 핵심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이다. 이 기술 집합이 자연스럽게 플랫폼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런 까닭에 새로운 에너지 시장은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전력 생산과 판매 분야가 아닌 분산 발전 자원의 생산, 소비, 거래를 담당하는 '마이크로에너지그리드(MEG)' 분야에서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확신한다.

에너지 신시장에서는 에너지 생산, 소비, 거래 관점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다양한 고객의 욕구 충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 관점에서는 '동일한 용량의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로부터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없을까'. 소비 관점에서는 '이웃·그룹·지점을 서로 비교해서 에너지를 효율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총 에너지 비용은 절감할 수 없을까'. 거래 관점에서는 '좀 더 저렴하게 에너지원을 공급받을 수 있을까'와 '생산한 에너지원에 대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더 많이 낼 수 없을까' 등이 주요 관심이 될 것이다.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정보 분석으로 에너지 생산자에게는 '생산 극대화', 소비자에게는 '소비 효율화', 시장 참여자에게는 '거래 최적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능화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필자가 주장하는 '인텔리전트 에너지 서비스'다.

이 같은 고객 요구에 맞춰 MEG 플랫폼을 구축하고, 생산·소비·거래 영역별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진단은 물론 예측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에너지 서비스 사업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걸음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산업의 서비스화 전환이 추진된다면 에너지 ICT 융합으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실시간 균형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거대한 시장이 탄생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이자 경쟁력은 정확한 예측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지능형 정보 분석 엔진인 AI이고, 이를 고도화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 빅데이터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인텔리전트 에너지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원천이 된다.

이에 따라서 에너지 빅데이터 개방과 공동 활용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새로운 시장 창출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실시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걸림돌이 빠르게 제거돼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향한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넓은 바다가 기다린다는 희망으로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 young-myoung.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