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아마존 대시'가 첫선을 보인다. 마치 국자가 떨어져 나가고 손잡이만 남은 것 같은 모양이다. 주문할 게 있으면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제품 이름을 말하면 그만이다. 와이파이로 '아마존 프레시'에 연결돼 있다. 케첩이나 세제가 떨어졌는지를 알아채는 것은 소비자 몫이지만 일일이 메모지에 적어 상점을 찾아가는 수고는 던다. 냉장고나 세탁기가 스스로 알아서 주문해 주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새 기술은 기업에 생소하기 마련이다. 사물인터넷(IoT)도 마찬가지다. 초연결 사회의 상징과 같다. 그래서일까. 제너럴일렉트릭(GE)은 10억달러를 투자했다. 토요타, 포트, 캐터필러도 마찬가지다. 2015년 795개 글로벌 기업은 8600만달러씩 쏟아부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기업의 전유물로 치부해도 무방할까. 외면할 수 있을까. 적어도 당분간만이라도.
사티아 라마스와미 타타컨설팅서비스 부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없다. 잘나가는 기업이라고 해서 성공이 담보되는 건 아니다. 단순히 적용된다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서는 가다.
문제는 소비자 만족이다. 보증 기간을 막 지나면서 고장 난 커피머신을 생각해 보자. 콜센터는 별반 소용없기 마련이다. 방문 수리에 2주를 기다려야 한다. 매일 아침 필수품을 이만큼 기다릴 고객이 많을까. 그렇다고 같은 제품을 구입할 고객은 더더욱 없다.
어떻게 할까. 새 기술이 대안이 될까. 라마스와미 교수에게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사용 중에 정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를 모니터링한다면 어떤 정보보다 가치가 있다. 물론 소비자 불편함도 마찬가지다. 매번 문제는 진실을 너무 늦게 안다는 것이다. 손을 흔들고 떠난 고객에게 '친애하는 최고의 고객에게'라면서 편지를 보내는 격이다.
라마스와미 교수는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로 고객에게 보답하라. 만일 고객이 자신의 제품이 모니터링되는 것에 동의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가치 있는 것을 줘야 한다. 당신이 얻는 게 있다면 고객에 돌려주라. 바로 가치 교환이다.
둘째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라. 커피머신을 다시 생각해 보자. 수백만건의 사용 정보가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수많은 문제도 확인된다. 그러나 고객상담실로 들어오는 정보와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한참 시간을 가지고 상담할 수 없다. 그래서 고객서비스는 반대가 돼야 한다. 상담실 직원이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서 회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부서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고객은 나를 위해 움직이는 한 기업을 본다. '우리는 고객의 만족이 최우선 목표입니다'라는 약속에 부합하는 더없는 증거다. 고객 감동이란 이럴 때 쓰는 단어다.
셋째는 기업 문화로 수용하라. 기업이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부서가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매일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해 한다. 조직은 불편하고, 반감도 생긴다. 결국 이것의 가치는 조직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넷째로 비즈니스를 새로 생각해 보라. 이제 기업의 새 만트라(mantra)가 있다면 그건 바로 새 비즈니스 상상하기다. 과거에도 제품 성능을 모니터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로 고가의 제품이나 안전이 문제인 경우다. 저렴한 제품을 생각해 본다. 새 비즈니스 방식은 무한하다. 단지 어떻게 할지는 자신의 몫이다.
1986년 4월 '뉴 키즈 온 더 블록' 앨범이 첫선을 보였다. 이후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고, 요즘은 흔한 보이밴드의 전형이 됐다.
새 기술도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새 트렌드를 열고, 그 이전과 이후는 이것으로 구분된다. 라마스와미 교수는 '외면할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면 새 가치 만들기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고객의 커피머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방금 당분간 사용할 제품을 보내두었습니다. 함께 동봉된 반송용 주소로 고장 난 커피머신을 보내 주십시오.”
종종 새 기술은 새 방식으로 이끈다. '뉴 키즈 온 더 블록' 다루기는 그래서 의미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