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서 센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마땅한 센서 전문 기업을 찾기 어렵습니다.”
외국에서 센서를 수입해 부품 모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얘기다. 센서 외산 종속화가 점차 심해진다는 우려다.
지문 인식 센서, 홍채 인식 센서, 미세먼지 감지 센서 등 최근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센서 수요는 매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IoT 센서 시장이 5년 후 2021년 5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센서 외산 의존도는 매우 높다.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온도 센서 같은 건 내부에서 개발한다. 반면에 고기술력이 필요한 센서는 모두 외국산을 사서 쓴다. 자체 개발해 쓸 여력이 없다. 한국 내 센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는 전문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센서를 수입, 모듈화해서 판매하는 기업이 대다수다.
핵심 부품의 주도권이 없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 대기업은 IoT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센서를 외국에서 수입해 썼다. 그러다 갑자기 글로벌 센서 기업이 마음대로 제품 스펙을 바꿨다. 울며 겨자 먹기로 새 스펙에 맞춰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제조 시스템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센서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단일 센서에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쏟는 전문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은 창업 후 10년 이상 센서 하나에만 매달린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센서 하나로 조 단위 매출을 낸다. 우리 기업 입장에선 단기로 센서 전문 기업의 제품을 수입해 쓰는 게 수지 타산에 맞다. 오랜 기간 R&D에 투자해 성과를 내고 선순환하는 구조와 토양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센서는 모든 사물의 눈과 손 등 오감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자동차 한 대에만 수백개의 센서가 달린다. 로봇 시대가 오면 인간의 오감을 대체할 상상력을 뛰어넘는 각종 센서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작은 부품에 그친 센서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찾고 10년 뒤를 바라보며 투자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