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최근 전국적으로 매장이 크게 늘어난 A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매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장에게 믿고 맡겼더니 여기저기서 맛과 서비스가 다르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 고민 끝에 컨설팅업체에 비싼 돈 들여가며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매장 직원들이 제대로 써먹질 않는다. 이 문제,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일본 생활용품 회사 무인양품은 1980년에 설립된 후 2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그런데 2001년 들어서며 무려 38억엔의 적자를 냈다. 그 이유가 바로 고민 상황처럼 점포관리가 잘 안 됐기 때문이다. 매장이 너무 많아지면서 본사의 손을 벗어난 게 문제였다. 점장에 따라 일하는 환경과 서비스가 달라졌고, 직원 교육도 엉망이었다. 매출도 매장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그렇다고 매일 본사에서 수많은 매장을 돌아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무인양품은 '무지그램'이란 이름의 매장용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 매뉴얼은 매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표준화한 것이다. 보통 이런 매뉴얼은 본사나 컨설팅 회사가 만드는데 무인양품은 매장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게 하고 정기적으로 이 내용을 수정했다.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117>수많은 매장, 관리하기 벅차다면? 매뉴얼을 진화시켜라](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1897_20170510171957_136_0001.jpg)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매장 내 PC에는 '업무 개선 제안' 메뉴를 만들어 직원들이 업무를 보다가도 수시로 제안을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의견을 받은 본사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도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매뉴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들의 매뉴얼에는 매장에 있는 의류상품 코디법이나 상품 태그 문구 만드는 방식들까지도 세세하게 기재돼 있다. 이렇게 무인양품은 년 2만건 제안을 받고 있다. 그렇게 받은 제안 중 443건 이상이 무지그램에 반영했다.
이렇게 매뉴얼을 만든 뒤에는 얼마나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무지그램을 업데이트했다. 이 덕분에 무지그램은 실용적인 내용들로만 채워지게 됐다. 게다가 내용은 사진, 일러스트, 도표를 활용해 쉽게 이해되도록 만들었다. 매장에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들도 매뉴얼만 따라 하면 금세 한 사람 몫을 척척 해낼 수 있었다.
또한 무지그램은 매뉴얼 항목 맨 처음에 그 작업이 갖는 의미와 목적을 분명히 적어놓았다. 덕분에 직원들은 로봇처럼 매뉴얼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뉴얼을 잘 만들어 놓아도 안 쓰면 그만이다. 그래서 무인양품은 점포 PC의 조례 시스템을 통해 매일 지켜야 할 매뉴얼이나 목표를 자동으로 알려주고, 그달의 매뉴얼은 점포 게시판이나 엘리베이터에 붙여두고 강조했다. 게다가 점장들을 대상으로 매월 1회 매뉴얼 테스트까지 해서 매뉴얼 활용도를 높였다.
이렇게 남다른 매뉴얼을 만든 결과 신입들은 더 빠르게 일을 배우고 기존 직원들도 다른 매장에서 쓰는 좋은 업무 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민원도 7분의 1로 줄어들었다. 특히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매뉴얼을 쓴 후 1년 만에 이익이 늘어났다. 그 후로는 쭉 성장가도를 달리며 2005년에는 1401억엔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교수는 “표준화된 경영 노하우와 기술은 도시에 기초가 되는 시설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목표에 대해 의견이 맞으면, 직원들은 상황에 맞게 알아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즉, 실제 일하는 방식을 매뉴얼로 만들고, 직원들이 그걸 상황에 맞게 잘 써먹도록 하라는 것이다.
▲오늘의 아이디어
지금 당신도 비싼 돈 들여 만든 매뉴얼이 캐비닛 안에 죽은 듯 잠만 자고 있어 고민인가? 앞으론 직원들 손으로 직접 매뉴얼을 만들게 하라. 가성비 최고의 매뉴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조은실 IGM 글로벌 응용센터 주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