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라인업'은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직접 경기를 조작하지 않고 감독 위치에서 선수 선발이나 배치를 통해 즐긴다.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FC매니저'와 비슷한 장르다. 이 게임은 축구광인 남편들이 가정은 돌보지 않고 FC매니저만 한다는 뜻에서 '이혼 제조기'로 악명을 날렸다.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이 가진 매력은 액션에 신경 쓰지 않고 선수 배치를 통한 수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바둑이 주는 즐거움과 비슷하다. 조작성보다는 스포츠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레전드라인업은 이런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 본질을 충실히 지킨다.
레전드라인업이 다른 게임과 다른 한 가지를 꼽자면 경기에 개입하는 시스템이다. 자동으로 게임을 진행하다 승부처에서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개입이라고 했지만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은 아니다.
투수의 경우 타자가 직구를 노리는 지, 변화구를 노리는 지 아니면 혹은 기다리는지를 예측한다. 타자는 투수가 유인구를 던질지 변화구를 던질지 아니면 빠른 공을 던질지 예측한다. 마치 가위바위보 같은 시스템이다.
예측에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곧 안타나 유리한 카운트를 잡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타격 시 힘을 정상범위에서 줄이는 식으로 페널티를 준다. 아예 못 치거나 홈런이 나오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측이 맞더라도 선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이다.
개입 시스템을 보면 레전드라인업이 목표하는 바가 잘 나타난다. 시뮬레이션 게임이 가진 수 싸움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동시에 이용자에게 어느 정도 경기를 조정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줬다. 이용자와 개발자 입장에서 게임 밸런스를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세로 화면은 과감한 결정이다. TV중계로 익숙한 야구화면 좌우를 잘랐다. 복잡한 조작이 필요 없어 스마트폰을 한 손에 쥔 채로 즐기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방식은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모바일 야구 시뮬레이션게임 'H2'도 채택했다. 두 게임은 개발기간이 비슷하다. 게임사들이 이용자 관점에서 진화를 어떻게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선수 수집 시스템 완성도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약 일주일 간 게임을 해본 결과 기본 덱(카드 묶음)과 경기로 얻는 선수카드만으로 충분히 게임이 가능했다. 개인차가 존재해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지름길을 가려면 통행료를 내야하는 것은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다.
프로야구는 매년 시즌을 반복하지만 사람들은 수십 년 째 열광한다. 각 경기와 그해 팀 구성은 팬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역사다.
개인 경험을 전제로 하면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는 축구보다 야구에 더 잘 어울린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이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역동성을 빼면 선수 개인의 역량과 감독 전략·전술이 승패를 가른다. 스포츠 중에서도 게임성이 강한 종목이다. 레전드라인업의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줄평: 야구는 게임이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