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6년 동안 추진되는 '공공 와이파이 1.0(가칭)'은 전통시장과 복지시설 등 서민·소외계층 이용 장소가 주 대상이다. 가계통신비 절감뿐만 아니라 소외계층 정보격차 해소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화, 상업, 관광시설 등 공공 와이파이 수요가 높은 지역이 많다. 국민이 공공 와이파이 효과를 체감하려면 소외 지역뿐만 아니라 도심 밀집 지역, 도로, 지하철 등으로 공공 와이파이를 확산해야 한다.
예산 증대는 물론 수익형 모델을 비롯한 다양한 운영 방식 고민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성능과 보안성 강화, 유지보수 체계 확립, 이통사 와이파이 개방 확대 등이 공공 와이파이 2.0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서비스 범위 확대
공공 와이파이 이용 건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대상은 한정됐다. 공공 와이파이 1.0이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통신 복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다. 정부는 지금까지 주민센터, 전통시장, 복지시설, 보건소, 터미널 등 1만2000여곳(1곳은 AP 3~4개로 구성)에 구축했다.
그러나 도서관, 박물관, 관광지, 체육, 교육, 상업시설 등 공공 와이파이가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많다. 정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가 필요한 시설은 약 11만9000곳이다. 시설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구축률은 10% 안팎이다. 인구 10만명당 공공 와이파이 설치 장소는 21.9곳으로 싱가포르 46곳, 홍콩 44곳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통신사 상용 와이파이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추리면 약 6만여곳에 공공 와이파이가 필요하다. 공공(문화·체육·관광·우편), 교육(유치원·학교·학습관), 상업(편의점·백화점·대형할인점) 등 분야가 대표 장소다.
1만2000여곳에 불과한 공공 와이파이를 6만여곳으로 늘리려면 재원 마련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공공 와이파이 1.0에서는 1만2000곳(목표치) 가운데 기존의 이통사 개방 6000곳을 제외한 신규 구축 6000곳을 정부, 지방자치단체, 이통사가 1대 1대 2 비율로 비용을 부담했다.
통신 회선비, 운영과 유지보수는 이통사 몫이었다. 이통사 지원에도 한계가 있어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려면 재원 마련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핵심은 재원 마련
미래창조과학부는 일찍부터 2018년 이후 추진할 공공 와이파이 2.0에 대해 고민했다. 2015년부터 '공공 와이파이 중장기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논의의 핵심은 공공 와이파이의 확산 지속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일부 국가에서 추진하는 광고를 통한 자립형 모델도 논의됐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광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고, 안정된 수익 보장이 있어야 한다.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시설이 고정 광고를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고객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공익 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한편으로 수익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 상업용 와이파이 개방을 최대한 유도하고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늘리는 게 가장 현실에 맞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획재정부가 국민 편익을 위해 예산을 어느 정도 할당할 지가 관건이다. 지자체의 의지도 필요하다.
이통사 와이파이 개방도 뒤따라야 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전국에 운영하고 있는 와이파이 AP는 약 40만개다. 이를 모두 개방하면 정부의 공공 와이파이 2.0 전략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2012년 7만여개 와이파이를 전면 개방한 데 이어 최근 SK텔레콤도 약 6만개를 개방했다. 가장 많은 19만개를 운영하고 있는 KT의 동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통사가 와이파이를 전면 개방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상업 시설이나 도심 핫스팟이 아닌 공고 장소에만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집중할 수 있다.
◇품질 제고도 잊지 말아야
지난해 미래부가 발표한 '2016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15.98Mbps, 업로드는 113.76Mbps다. 롱텀에벌루션(LTE) 평균 속도인 120.09Mbps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공공 와이파이의 품질 관련 민원은 꾸준히 이어진다. 일부 장소에서 느리고 끊긴다는 불평이 나온다.
AP 수는 적은데 이용자가 많으면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AP를 개방하고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이유의 하나다. 운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이통사는 수익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품질 관리를 상용망 수준으로 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서 공공 와이파이 2.0은 품질 관리 체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보안성이다. 누구나 사용하는 와이파이인 만큼 보안성 강화는 필수다.
와이파이 업체 대표는 “5년 전과 비교하면 국민이 사용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대용량 트래픽 중심으로 달라졌는데 공공 와이파이 상당수가 구형이어서 품질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면서 “유지보수도 중요하지만 품질과 보안성 강화를 위해 최신 AP로 교체하는 작업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주체도 논의해야 한다. 공공 와이파이 1.0은 전담 기관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구축과 관리, 이통사가 운영과 유지보수를 각각 담당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을 담당하기 어렵다면 전담 기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