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카피캣 마케팅이 시장을 키우고, 중국산 모조품을 뜻하는 산자이 문화가 혁신을 이끈다. 디지털 시대의 모방은 큐레이션에 의해 이뤄진다. 큐레이션이 곧 크리에이션이다.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60억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 지금의 두 배다. 누구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전자상거래는 물론 최상의 온라인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홍수다. 콘텐츠의 과잉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만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여과 장치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크라우드 소싱과 큐레이션이 대신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콘텐츠의 과잉은 대중이 참여하는 소셜 큐레이션에 의해 필터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라우드 소싱에 의해 집단 지성을 이끄는 커뮤니티가 생겨난다. 커뮤니티는 콘텐츠 여과를 지속할 수 있는 장치로 큐레이션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 이를 알고리즘화하면 지식 재산이 되고 사업 모델이 된다. 디지털 큐레이션 플랫폼의 선구자는 페이스북과 네이버라 할 수 있다.
이제 스마트폰 사용과 함께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개인의 주관이나 관점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수집·정리하고 편집, 이용자와 관련이 있거나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뉴스를 공유하는 플립보드, 사진을 공유하는 핀터레스트 등이 대표 기업이 됐다. 개인 맞춤 학습을 지향하는 에듀테크 역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가 핵심이다.
스타트업 시대다. 흔히 기업가 정신의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오픈소스 혁명에 따르는 메이커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등으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프로토타입핑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크라우드 소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아이디어와 설계가 공유된다. 재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SW)와 라이브러리 덕택이다. 거듭 재사용하면서 최적화되면 사실상 표준이 된다.
이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의 절반이 스타트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그만큼 새롭고 다양하다. IoT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인텔의 에디슨, 삼성의 아틱 등 IoT 솔루션 플랫폼은 모두 오픈소스 플랫폼의 원조인 아두이노와 호환되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인텔이나 삼성은 자체 커뮤니티 및 생태계가 없고, 아두이노 커뮤니티에서 통용되고 있는 재사용 가능한 SW와 라이브러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이제 메이커스페이스로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 메이커스페이스는 큐레이션 플랫폼 기능을 갖춰야 한다. 바로 재사용 가능한 SW와 라이브러리가 그 기능을 한다. 메이커들이 기존 프로토타입에 좀 더 쉽고 빠르게 자기 아이디어를 보태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큐레이션이 곧 크리에이션이 된다.
위즈네트가 만드는 사이버 메이커스페이스(cybermakerspace.com)는 메이커를 위한, 메이커에 의한 온라인 공작소다. 위즈네트 뮤지엄에는 2000여개 사용자자체제작콘텐츠(UCC)가 전시돼 있다. 이제 매달 100개 이상의 새로운, 그야말로 다양한 응용 UCC가 수집되고 있다. 이들 사용자를 대상으로 5월부터 IoT 디자인 콘테스트를 연다. '큐레이션은 곧 크리에이션'이 이번 콘테스트의 타이틀이다.
이윤봉 위즈네트 대표 yblee@wizne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