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는 왕년의 인기 가전 '제습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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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기가전이던 제습기가 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는데다, 제습기 사업을 축소하는 곳도 나온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화되며 공기청정기 인기가 급상승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이 제습기 신제품 출시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3년째 시장이 부진을 겪으면서 제습기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제습기를 자체 개발하지 않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 중이다. 올해도 OEM 제품을 내놓을 예정인데, 신제품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제습기를 자체 개발하는 LG전자는 올해 신제품 계획이 있지만, 역시 출시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중소·중견업체들도 제습기 시장에 미온적이다. SK매직(당시 동양매직)은 지난해 제습기팀을 해체하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아직 올해 신제품을 출시한 곳도 없다.

제습기 인기가 주춤한 것은 '마른장마' 때문이다. 국내 제습기 시장은 2013년 130만대까지 커지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3년 연속 마른장마가 이어지며 제습기 수요가 감소했다. 2014년 80만대 수준으로 급감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70만~80만대 수준에 그쳤다.

에어컨과 건조기 등이 제습기 대체재 역할을 하는 것도 수요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출시되는 에어컨은 뛰어난 제습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또 미세먼지 등으로 건조기 판매가 늘면서 장마철 빨래 부담을 덜고 있다.

가전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습기 시장이 3년째 부진한데다, 일부 업체는 재고물량까지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 “신제품 출시 계획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습기 시장은 계속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