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향수

[기자수첩]향수

“과학기술계 일부에는 노무현 정부를 향한 향수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때는 부총리제였고 차관급 혁신본부도 있었으니까요. '선수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금보다 과학계 위상은 높았죠.”

얼마 전 만난 과학계 인사의 회고다. 향수는 각색된 기억이다. 현재의 결핍을 반영한다. 참여정부 과학기술 정책이라고 해서 모든 게 완벽했을 리 없다. 지난 두 정부를 거치며 과학기술계 상실감이 깊어진 탓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과학기술보좌관이 신설됐다. 참여정부 시절 운영했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연상케 한다. 과학기술이 다시 한 번 국정 중심에 놓일지 관심이 모인다. 대선 캠프는 과학기술 독임 부처의 부활도 언급했다.

거버넌스 변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과학기술보좌관이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할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과학기술 독임 부처 효용에는 여러 이견이 있다. 그래도 반가운 것은 과학기술계 위상을 높이려는 고민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어떤 변화의 길을 가든 원칙을 잘 세워야 한다. 과학기술계는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여러 주장을 내놓았다. 독임 부처 부활, 권한·위상이 강화된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 등 다양한 의견이다. 핵심을 추려 보면 독립성과 위상 제고다.

철학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첫 대권 도전에서 '사람이 먼저다'를 외쳤다. 과학도 사람 일이다. 땅바닥에 떨어진 과학자 사기를 다시 높이는 일이 급하다. 연구자가 주도하는 창의적 R&D를 늘리자. 이공계 대학원생은 미래의 신진 과학자다. 처우를 개선하고 비전을 보여주자.

정책도 사람이 운용한다. 아무리 잘 만든 정책, 조직도 인사에 실패하면 소용없다. 새 자리, 주인이 바뀌는 자리에 현장이 납득할 만한 사람을 앉혀야 한다. 과학기술보좌관 인선은 그 첫 시험대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과학기술 정책 변화도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조직 개편이 수반되면 더 민감하다. 당장 '전 정부 그림자 지우기', '참여정부 도돌이표' 같은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형식은 일부 재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실이다. 답습이 아니라면 원칙과 철학으로 증명해야 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