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플의 오만, 평가는 시장에 맡겨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의 폐쇄적인 근거리무선통신(NFC)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운영 정책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7월 시행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포함된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애플의 API 비공개는 아이폰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나 이용을 행위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해 온 핀테크산업협회는 별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로써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애플이 폐쇄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 아이폰은 애플만이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독점 플랫폼이 돼버렸다.

방통위는 API 공개 여부는 사업자가 자율로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애플의 API 비공개는 정당한 이익 보호라는 것이다.

결국 애플의 영향력만 재확인하게 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핀테크산업협회가 보내온 의견을 애플본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무런 답변도 보내오지 않았다. 국내 핀테크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방통위까지도 무시한 것이다. 애플의 오만(傲慢)이 또다시 먹힌 셈이다.

이제 공은 사용자들에게 넘어갔다. 교통카드 기능은 물론이고 서울시 택시안심 귀가 서비스, 경찰청 NFC 신고시스템 등 애플이 API를 공개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부가서비스는 다양하다. 하지만 아이폰 이용자가 불편해 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서비스다.

당초 애플의 API 비공개로 인한 사용자 역차별 문제는 부가서비스 사업자가 문제 삼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가서비스 사업자라면 차라리 플랫폼 중립성을 걸로 독과점 문제로 거론하는 편이 나았다.

사용자가 자신의 부가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해 역차별 당한다는 부가서비스 사업자들의 판단 자체도 일종의 오만이다. 더구나 아이폰 사용자가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애플의 오만을 부추기는 주장으로 보인다. 역차별 받고 있다고 여기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