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재식의 핀테크 FUN테크]<3>핀테크 오브 아프리카(상)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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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서비스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어딜까? 아이러니하게도 최대 빈국으로 꼽히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가 핀테크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휴대전화를 통한 송금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케냐다.

이동전화 기업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M-PESA 서비스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송금 이외에 난방비와 수업료 등 일상적인 지불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사파리콤 창구에 가서 송금액과 수수료를 지불한다. 그 후 송금 상대방에게 휴대전화로 송금액을 전달하는 SMS와 비밀번호를 보낸다. 메시지를 받은 상대방은 사파리콤 창구에서 해당 화면과 비밀번호를 제시하면 현금을 받는다. 은행을 끼지 않는 이 송금방법은 은행계좌를 가지지 못한 빈곤층 사이에 순식간에 확산됐다.

아프리카 시장에 지금 핀테크 기업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청년 2명이 설립한 이머지모바일은 휴대폰을 신용카드 단말기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현금거래가 대다수인 아프리카에서 현지화를 통해 성공한 모델이다. 지금까지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던 소규모 상점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확대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02년에 설립된 벤처 인터스위치가 정부〃기업 대상 온라인 결제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최신 선진 기술과 모델을 보유해야만 핀테크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공식을 깨트렸다.

아프리카 특유의 현지 사정에 맞는 서비스가 성공 요인이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곤층은 수입이 적고,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농촌에 가족을 남겨두고 도시로 돈벌러 나간 노동자가 많아 송금 수요가 높다.

기존 금융서비스는 이러한 송금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 현금을 우송하든지 직접 상대방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송은 도중에 분실될 우려가 있고, 직접 건네는 경우에는 도난 당할 위험이 있다.

이 문제 해결에 활약한 것이 M-PESA였다.

사회구조에 잘 적용되는 형태로 발전한 핀테크다. 휴대전화를 사용한 자금결제서비스는 공공요금 지불, 소액대출, 소액보험 등으로 확대됐다.

인구증가율이 높고 인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젊은층 비율이 높다는 점도 시장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UN은 아프리카 대륙 인구가 현재 약 12억명에서 2030년에는 약 17억명으로 늘어나고 그 70% 이상을 30세 미만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을 견인할 젊은층은 신기술 수용성이 높고 순식간에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는 특성이 있다. 2000년에 들어서부터 폭발적인 휴대전화 보급이 그 좋은 사례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05년 8700만명에서 2015년 7억1000만명으로 급증해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고정 전화회선이 보급되지 못하고 통신수단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역으로 휴대전화 보급속도가 빨랐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