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의 한중록]<22>대선 일주일, 중국 콘텐츠 업계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에서 인기를 끈 한류는 드라마, 음반, 영화, 화장품, 음식, 여행 그리고 게임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오랜 시간에 거쳐 일궈온 것이다.

한중 관계 5000년 동안 중국에서 한국의 모든 것이 이토록 사랑 받았던 것은 아마도 처음 일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국가 간 역학구도로 볼 때나 북한과 중국과 외교적인 관계 등을 감안할 때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현상인데 이를 문화적인 힘으로 해소한 것이다. 바로 콘텐츠의 힘이다.

민간차원에서 이뤄놓은 이 위대한 업적은 작년 하반기 들어 정부 간 정치적 이슈로 급작스러운 위기를 맞았다. 한국 내 사드배치로 생긴 한중간 갈등이 중국 정부차원에서 한류에 대한 비공식 규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한류콘텐츠가 직격탄을 입었고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은 중국 사업에 대한 위기론과 회의론에 직면했다.

1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일주일 만에 중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묘한 변화 조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

첫째, 사드배치 보복여파로 중국사업자 한류 콘텐츠 사업에 다시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한때 뜨거운 경쟁을 펼쳤으나 지금은 반년 넘도록 사라진 '한류 연예인에 대한 섭외' 요청도 생겼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공중파, 광고, 동영상 플랫폼에서 한류 연예인을 보기란 불가능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 옥외 광고에 전지현이 등장한 것이 유일했다.

둘째, 중국 내 음원서비스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텐센트 'QQ뮤직'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한국음악' 카테고리가 다시 생겼다.

중국에서 한국가요인 K-KOP에 대한 인기와 수요는 상당하다. 'QQ뮤직'에서는 별도 '한국음악' 카테고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실시간으로 한국 음원차트 멜론과 연동해 한국가요 실시간 순위까지 제공했지만 작년 4분기 사드배치 이슈로 시끄럽던 당시 서비스를 중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전화통화 후에 전격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한 것이다. 해당 통화 내용에 필자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이슈로 한국 기업들이나 교민들이 중국에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한동안 한국산 게임 혹은 한국산 IP에 대한 판호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 부분도 그렇게 우려할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4월 한국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판호를 받은 것이 확인됐다. 하반기에 중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 대작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 등도 최소한 판호문제로 서비스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 것이다.

사드이슈로 경색됐던 지난 8개월 동안 한국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논의는 조심스럽지만 꾸준하게 있어 왔는데 이제부터 좀 더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중국에서 요구가 올 것이다.

문화 토대란 억지로 쌓기도 힘들고 하루 아침에 무너뜨리기도 쉽지 않다. 특히 사드배치와 같은 정치적 이슈로 억지로 제한하기 어렵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돼 한국 내 정치가 안정이 되고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합리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수만 있다면 한동안 막혀있던 한중 콘텐츠 업계 교류는 다시 생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기대는 필자의 예상보다 빠르게 실현됐다.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 콘텐츠 업계에 생기는 변화를 놓치지 말자. 새로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장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해빙기에 한국 콘텐츠가 과거처럼 중국에서 맘껏 도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 dooi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