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퍼비시 스마트폰(리퍼폰) 출시를 앞두고 리퍼폰이 주목받고 있다.
리퍼폰을 둘러싼 부정 인식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리퍼폰을 중고폰으로 평가절하하는 사례는 여전하다. 갤럭시노트7 리퍼폰이 국내 리퍼폰 시장에 어떤 화두를 던질지, 의미 있는 수요를 창출할지 등 제조사·이통사·소비자 모두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리퍼폰이란
리퍼폰은 불량품이나 고장난 중고 휴대폰 일부 부품을 교체, 새 제품 수준으로 수리한 후 새 상품 출고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외관은 신제품과 동일하지만 부품은 재활용한 휴대폰이다.
국내에는 2009년 애플 아이폰3GS 모델이 처음 출시된 이후부터 리퍼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리퍼폰은 일반 판매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애플 사후관리(AS)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이었다.
애플은 부품을 수리하는 방식으로 AS를 하지만 대부분 부품 수리 대신 리퍼폰을 지급한다. 소비자는 사용하던 아이폰을 반납하고 출고가의 약 50~60%를 지불한 후 리퍼폰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애플 리퍼폰에 대한 잡음은 지속됐다. 삼성전자·LG전자 AS센터에서는 부품비, 공임비 등을 지급하고 고장난 부분만 수리할 수 있지만 아이폰은 제품 전체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금전 부담이 상당했다.
◇진화하는 리퍼폰
애플 아이폰의 AS를 요청하는 고객에게 지급되던 리퍼폰이 '전략 상품'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애플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리퍼폰 판매를 공식 전개했다.
다만 국내에는 리퍼 아이폰이 공식 판매되지 않는다. 착한텔레콤, CJ헬로비전 등이 애플 리퍼폰을 판매한다. 애플 리퍼폰을 공식 유통하는 브라이트스타코리아가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애플을 제외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는 리퍼폰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퍼폰의 최대 관심은 가격이다. 갤럭시노트7 리퍼폰 '갤럭시노트FE'의 국내 출고가가 약 70만원으로 알려지면서 리퍼폰 가격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제각각이다. 새 제품 출고가보다 약 33% 저렴한 수준이다.
출시한 지 1년여가 지난 데다 리콜 제품을 리퍼폰으로 출시하며 70만원에 판매하는 것은 비싸다는 반응이다. 반면에 갤럭시노트7의 기능·성능 가치, 전작 갤럭시노트5의 가격 등을 고려하면 적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애플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리퍼 아이폰 가격은 새 제품보다 15% 저렴하다. 52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6S(16GB) 모델이 리퍼폰으로 판매될 때는 449달러로 가격이 내려간다. 갤럭시노트FE가 70만원에 판매된다고 하더라도 갑절 이상 비싸다. 착한텔레콤이 판매하는 아이폰6S 16GB 모델은 55만9000원이다.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출고가보다 30만~40만원 저렴하다. 이마저도 비싸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시장 가능성은?
리퍼폰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조사에 회수되는 중고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애플은 AS 고객에게 중고 아이폰을 회수하는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중고폰 확보가 용이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리퍼폰으로 판매하는 것도 '전량 리콜'이라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 제조사, 이동통신사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스마트폰을 일정 기간 사용한 후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을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음지를 벗어나 중고폰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 통로다.
그러나 이렇게 모아진 중고폰은 대규모 입찰 과정을 거친 뒤 홍콩, 두바이, 러시아 등 해외로 나간다. 국내 사설 중고폰 업체가 사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수량은 극소수다. 리퍼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돼 있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고폰이 많다는 게 현실이다.
중고폰 유통업체 고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는 리퍼폰을 중고폰으로 생각하고 새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라면서 “리퍼폰 시장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이미지 개선이 매우 중요하고, 갤럭시노트7이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높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