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도출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통상 관련 업무와 부처 개편 여부에도 눈길이 쏠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사실상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의 파악'을 제1 기능으로 하여 문재인 정부의 조직 개편 밑그림을 그릴 전망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 부처인 통상 업무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세 과정에서 외교부로 이관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산업부에서 분리되는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또 대통령비서실 조직 개편에서도 정책실장 직속으로 통상비서관을 신설, 각종 통상 현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통상 업무를 산업부에서 분리하는 것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통상 업무의 주된 역할이 수출 애로 해결 등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통상 업무가 산업부로 이관된 이후 업계 의견을 토대로 한 현안 해결 기능이 강화됐다. 통상 협정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요구가 충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해외 신시장을 개척하는 업계 노력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것도 산업부의 역할이 크다. 갈수록 높아지는 비관세 장벽과 수입 규제 등 보호무역주의 대응도 정부의 단일화된 창구와 정책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통상 조직을 외교부로 이관할 경우 외교 관계가 경색되면 경제 및 통상 채널까지 함께 봉쇄될 우려가 크다. 실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대중(對中) 외교안보 라인은 전면 중단된 반면에 중국 상무부와의 통상 채널은 유지됐다는 점에서 정경분리 원칙도 필요하다.
통상 전문가들도 통상 부문의 바람직한 조직 형태에 대해 충분한 사회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한국통상학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통상 조직 개편보다 통상 전문성 강화와 대통령의 관심을 우선 사항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현안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조직 개편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도 업계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협상 전략이 우선시돼야 한다.
외교부로 통상 업무가 이관되면 산업계와의 원활한 협의가 어려워진다. 미국이 자국의 무역 적자 축소, 제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통상 전략을 펼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통상 조직 형태에 대한 실험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통상 업무의 외교부 이관은 산업 정책에 대한 큰 그림 없이 통상 문제를 다루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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